[다산 칼럼] AI, 창의성 그리고 한국 교육
비록 암울한 정치상황과 관련된 수많은 자극적인 뉴스 사이에서 별로 주목받지 못했지만, 2017년 벽두부터 인공지능(AI)과 관련된 소식들이 지구촌을 뜨겁게 하고 있다. 얼마 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막을 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에서는 AI와 사물인터넷(IoT)이 큰 흐름이라는 것이 확인됐다. 특히 CES 2017 최고 화제는 아마존의 AI인 ‘알렉사’였다. 스마트폰, 냉장고, 스피커, 전등 등 수많은 기기와의 호환성을 가진 알렉사는 범용 AI의 새로운 지평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AI 관련 또 다른 놀라운 뉴스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글의 AI인 ‘알파고’가 인터넷 바둑에서 세계 바둑 1인자인 중국의 커제마저 누르고 60전 전승을 기록하면서 바둑사의 새로운 기원을 열어가고 있다는 것이다. 커제마저 AI 앞에 무너지며 ‘인간의 한 수’로는 AI를 이기기 어렵다는 씁쓸한 진실을 받아들여야 하는 상황이 됐다.

이런 소식들은 이제는 ‘딥러닝’을 바탕으로 해 인간이 쉽게 이기기 어려울 정도의 능력을 갖춘 AI가 우리 일상생활 속으로 들어오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AI의 범용화는 생활 편의성과 경제활동의 효율성을 높여주는 순기능을 지니고 있지만 또 다른 측면에서는 인간의 소외와 퇴조에 일조하는 부작용을 가져올 것 또한 자명해 보인다. 주목할 것은 인간의 일자리와 관련된 것이다. 현재 속도로 AI가 발전한다면 20년 뒤에는 수많은 직업이 사라져 버릴 것이라고 한다. 필자의 직업인 교수를 비롯해 의사, 법률가, 금융인, 정치가 등 수많은 직업군이 AI에 의해 대체될 전망이다.

그럼 우리 자식세대는 어떤 직업을 택해야 AI에 위협받지 않는 안정적 일자리를 가질 수 있을 것인가? 종교인, 운동선수 등의 직업은 AI의 영향을 별로 받지 않을 것이라고 한다. 하지만 모두가 종교인이나 운동선수가 될 자질을 가지고 있거나 이런 직업을 가지기를 원하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현재로서는 어떤 직업군이 AI를 기반으로 한 정보통신기술(ICT)산업 중심의 4차 산업혁명 과정에서 유망할 것인가를 예단하기는 쉽지 않다. 이런 직업군은 4차 산업혁명이 진행됨에 따라 자연스럽게 나타날 것이다. 따라서 지금은 AI가 가지고 있지 않은, 인간만의 특징을 살펴봄으로써 위의 질문에 대한 통찰을 얻을 수 있다. AI는 기존의 것을 학습해 이를 바탕으로 행동하기 때문에 인간에 비해 창의성이 부족하다고 한다. 그렇다면 이런 창의성을 활용하는 일자리가 나름 지속가능할 것이라고 유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럼 창의성은 무엇인가? 이는 무(無)에서 유(有)를 창조하는 것이 아니다. 스티브 잡스가 이야기한 것처럼 창의성은 기존에 존재하는 것들을 연결해서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컴퓨터와 전화기를 연결해서 만든 스마트폰은 창의성의 산물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창의적인 제품과 문화예술작품이 많이 나타나고 있다. 최근 가장 인기 있는 드라마인 ‘도깨비’가 좋은 사례다. 죽지 않는 남자(도깨비)의 기본 모티브는 프랑스 실존주의 철학자 시몬 드 보부아르의 《인간은 모두 죽는다》라는 소설에서 가져온 것처럼 보인다. 여기에 보편적 요소인 ‘러브 스토리’와 한국적 요소인 ‘도깨비’ ‘저승사자’, 그리고 불교적 요소인 ‘윤회’ ‘전생’ 같은 내용이 연결돼 매우 창의적인 작품이 탄생됐다. AI는 러브 스토리, 전생, 도깨비 등 각각의 개별적 주제에 관한 최고의 전문성을 가질 수는 있겠지만 이를 연결하는 능력은 매우 취약하고 인간을 앞지르기는 쉬워 보이지 않는다.

AI를 기반으로 한 세상으로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로 보인다. 이런 변화 속에서 우리 후손이 안정적 일자리를 가지고 또 대한민국이 경제적으로 번영하기 위해서는 현재의 교육방식으로는 어림도 없다. 하루라도 빨리 ‘창의성’을 길러 주는 것에 전 국가적 역량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물론 안정적 일자리와 번영이라는 개념조차도 불확실해지는 시대로 바뀌어 갈 가능성이 크지만….

조명현 < 고려대 교수·경영학, 한국기업지배구조원 원장, 객원논설위원 chom@korea.ac.k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