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발 받은' 화장품 잘 나가네
오래전 인도 사람들은 상처 입은 호랑이가 풀밭에서 뒹구는 걸 보고 한 가지 사실을 알아냈다. 병풀이 피부에 소염 작용을 한다는 사실이었다. 그래서 인도에서는 병풀을 ‘호랑이 풀’이라고 부른다. 병풀에 들어 있는 마데카소사이드 성분이 피부 염증을 가라앉히고 회복을 돕는다.

여행객들이 동남아시아에서 많이 사오는 ‘호랑이 연고’도 병풀 추출물로 만든다. 피부치료연고 ‘마데카솔’에도 마데카소사이드가 들어 있다. 마데카소사이드는 최근 화장품에까지 쓰인다. 약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올리브영에서 매출 껑충

이들 화장품에는 약 성분이 소량 들어 있다. 일반 화장품과 달리 의약외품으로 분류된다. 기능성을 갖추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며 판매와 출시도 늘어나고 있다. 성분을 기준으로 화장품을 고르는 똑똑한 소비자가 늘고 있는 것도 판매 증가의 이유다.

지난달 CJ올리브네트웍스가 운영하는 드러그스토어 올리브영에서 판테놀과 마데카소사이드 성분을 함유한 제품 매출은 지난해 11월에 비해 약 150% 증가했다. 올리브영 자체브랜드(PB)인 보타닉힐 보가 출시한 ‘더마 인텐시브 판테놀 크림’은 지난해 9월 출시 초기보다 매출이 여덟 배가량 뛰었다. LG생활건강 브랜드인 더마리프트의 ‘인텐시덤 아쿠아 리치 크림’은 올리브영에서 12월 매출이 11월보다 52% 증가했다. 이 크림에도 판테놀이 들어 있다. 판테놀은 화상치료제 점안제 등에도 쓰인다. 피부 연고나 크림에 들어 있는 판테놀은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를 진정시켜주고 피부 수분 손실을 막아준다.

◆브랜드보다 성분 중요시

소비자가 브랜드보다 성분을 중요하게 여기면서 나타난 현상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올리브영 관계자는 “화장품 성분을 따져보는 소비자들이 약 성분이 들어 있는 화장품을 선호한다”고 설명했다. 브랜드만 믿고 제품을 구매하는 시절은 지나갔다는 얘기다. 요즘은 유효 성분이 들어 있는지를 따져본다. 화장품 성분을 분석해주는 모바일 앱(응용프로그램)인 ‘화해’ 다운로드 건수는 작년 말 350만건을 넘어섰다.

로드숍 브랜드에서도 약 성분 화장품은 인기다. 판테놀과 마데카소사이드가 들어 있는 네이처리퍼블릭 ‘비파이브 라인’은 작년 9월 출시한 뒤 약 2만8000개가 팔렸다. 그중 판테놀을 5% 함유한 ‘비타민 비파이브 크림’은 공인시험 기관이 한 민감성 피부 대상 안정성 평가에서 사용 2주 만에 홍반 완화와 수분 손실 감소 효과를 확인받았다.

◆마데카솔 회사도 화장품 내놔

이니스프리, 어퓨 등도 판테놀과 마데카소사이드가 들어간 신제품을 내놨다. 이니스프리는 지난해 11월 ‘트루케어 모이스트 리커버리’ 2종을 출시했다. 아모레퍼시픽 한방브랜드 일리도 판테놀이 들어 있는 ‘울트라 리페어 라인’을 작년 9월 선보였다. 에이블씨앤씨 어퓨(마데카소사이드 크림), 닥터자르트(시카페어 크림) 등 업체도 약성분 화장품을 판매하고 있다. LG생활건강 브랜드 CNP차앤박의 화장품 ‘R2 리얼 마데카소사이드 크림’은 지금까지 250만개 이상 팔렸다.

마데카솔 제약사인 동국제약은 화장품 브랜드 센텔리안24를 내놨다. 이 브랜드 대표 제품인 ‘마데카 크림’은 마데카솔에 들어가는 마데카소사이드로 제조한 화장품이다. 마데카 크림은 홈쇼핑 GS샵에서 2015년 첫 방송부터 매진되는 등 인기를 끌며 지금까지 200만개 이상 팔렸다. 이 제품이 인기를 끌자 센텔리안24는 작년 하반기 ‘마데카크림 센텔라 하이드레이팅 포뮬러’를 내놨다. 센텔리안24의 지난해 3분기 기준 누적 매출은 300억원에 달했다.

이수빈 기자 lsb@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