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세를 이기는 도쿠가와 리더십(4) 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유년, 청년 시대의 잇따른 고난들, 이에야스를 키웠다
난세를 이기는 도쿠가와 리더십(4) 고난은 인간을 강하게 만든다
전국시대는 약육강식의 시대였다. 힘이 약한 영주는 더 강한 영주에게 죽임을 당하거나 무릎을 꿇어야 했다. 내가 살기 위해 형제와 친인척을 죽이고, 동료를 배반하는 경우도 다반사였다. 전국시대에 무장으로, 영주로 살아남기 위해선 강자가 돼야 했다.

잠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년기로 돌아가 보자. 이에야스의 할아버지와 아버지 모두 부하에게 살해됐다. 그의 영지인 ‘미카와’(三河)는 영주가 없는 상태로 이마가와 요시모토의 지배를 받았다. 이에야스의 아버지 히로타다는 이마가와의 후원 덕분에 미카와의 영주가 됐다. 히로타다가 소년시절 겪은 고난은 이에야스보다 훨씬 심했다.

그는 16세에 가리야 성주 미즈노 다다마사의 딸과 결혼했다. 그녀가 바로 이에야스의 생모로, 이듬해 이에야스를 낳았다. 그러나 다음해 미즈노 다다마사의 아들 노부모토가 오다 가문에 가담하자, 히로타다는 이마가와 가문의 눈치를 보다가 결국 부인과 이혼하고 처가로 돌려보냈다. 이에야스는 세 살의 나이에 어머니와 생이별을 하게 된다. 이에야스의 첫 번째 시련이 닥쳐온 것이다.

히로타다가 부하를 불신하자 부하들도 주군을 배신하기 시작했다. 주군과 신하간 불신의 틈을 이용해 오다 가문은 모략의 손길을 뻗쳤다. 이에야스의 부친 히로타다는 짧은 일생을 오다 가문과 싸우고 일족과 부하들의 반란을 퇴치하는 일로 보냈다. 마침내 신하들은 ‘오다당’과 ‘이마가와당’으로 양분됐다. 히로타다의 숙부 노부타카까지 오다 가문과 내통하게 됐다. 거대한 강대국을 옆에 둔 대한민국의 근,현대사를 보는 느낌이다.

덴분 16년(1547년) 오다 노부히데는 오카자기성 공격에 나선다. 이마가와 측은 히로타다를 믿었지만, 그의 통솔력을 신뢰하지 않았다. 일족과 가신들에 떠밀려 오다 가문에 붙을 것으로 우려했다. 그래서 원군을 보내주면서 인질을 요구했다. 여섯 살의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인질이 되어 이마가와성을 향해 출발했다. 그러나 도중에 계모의 아버지인 도다 야스미쓰가 오다 노부히데와 짜고 바닷길이 안전하다고 속인 뒤 이에야스를 노부히데에게 넘겨버렸다.

노부히데는 미카와측에 이에야스는 잘 모셨으니 우리편으로 가담하라고 요구했다. 하지만 히로타다는 제안을 거절했다. 이마가와 가문을 실제로 통치하는 요시모토의 숙부 ‘셋사이’ 장로는 소식을 듣고 히로타다의 진심을 알았으니 인질이 없더라도 도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원군을 이끌고 찾아가 오다 세력을 격퇴했다.

1549년 이에야스의 아버지 히로타다는 23세로 세상을 떠났다. 오다 가문 측은 인질인 이에야스를 이용해서 미카와를 손에 넣으려고 했다. 미카와는 오다 측에 붙어 이에야스를 새로운 영주로 맞으려 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성과를 보기 전에 노부히데가 세상을 떠났고, 오다 가문도 노부나가가 주도권을 쥐기까지 혼란이 이어져 실행에 옮기지 못했다.

이마가와의 요시모토는 오다 가문의 혼란기를 이용해 오카자키성으로 중신을 파견해 성을 접수하고, 미카와를 자신의 지배 아래 뒀다. 이에야스는 여전히 오다 가문의 인질로 잡혀있었다. 이어 이마가와 측은 오다 노부나가의 이복형인 노부히로가 있는 안조성을 공격해 그를 포로로 잡았다.

미카와 측은 오다 가문 측과 포로 교환 협상을 벌여 이에야스를 찾아왔다. 요시모토는 이에야스를 이마가와 가문의 인질로 다시 삼았다. 어린 나이의 이에야스는 주변 강자의 세력 재편에 따라 인질생활을 계속해야 했다.

요시모토는 이에야스를 인질로 잡아두고 최대한 활용했다. 그는 이에야스를 위해 싸우라며 미카와의 무사들을 자기 전투의 선봉으로 내세워 써먹었다. 힘이 약한 영주와 그의 밑에 있는 신하와 백성들이 겪어야 할 운명이었다. 현대사회라고 무엇이 달라졌을까.

이에야스는 요시모토가 성년식을 치러준 뒤 세키구치 지카나가의 딸과 혼인했다. 그는 결혼을 기회로 조상의 묘에 성묘를 다녀오고 싶다고 요시모토에게 청했다. 8세에 오다의 손을 떠나 잠시 머물렀던 오자키성을 이에야스는 8년 만에 다시 찾는다. 성년이 되고, 결혼을 한 뒤 옛 고향을 찾은 이에야스의 시련은 이어진다.

글: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 janus@hankyung.com
그림: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