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꽁꽁축제
“이제야 홍천강이 제대로 얼었습니다. 동장군이 이렇게 반가운 적이 없어요. 지난해에는 얼음이 얼지 않아 행사를 아예 못 했잖아요.” 뒤늦게 찾아온 한파가 매서운데도 상인들의 표정은 더없이 밝다. 당초 지난해 12월30일 시작하려던 ‘홍천강 꽁꽁축제’를 이달 6일로 한 차례 미뤘다가 다시 1주일 연기한 끝에 13일 개막했으니 그럴 만하다.

하지만 얼음 두께가 충분하지 않아 얼음낚시는 안전한 임시 부교 위에서 하도록 했다. 얼음낚시터 한쪽에 대형 다리를 놓고 구멍을 뚫어 그 사이로 손맛을 느낄 수 있게 한 것이다. 이번 주말 강추위가 이어지면 다음주부터 본격적인 얼음낚시도 가능할 전망이다. “강이 꽝꽝 얼면 꽁꽁축제의 맛이 더 나겠죠? 하하.”

강변에서 열리는 체험행사 프로그램은 더 풍부하고 다양해졌다. 가장 인기를 끄는 것은 역시 맨손으로 인삼송어잡기다. 인삼송어는 홍천산 6년근 인삼을 사료로 써 일반 송어보다 탄력성이 좋고 항산화 효과도 높은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인삼 함유 사료를 먹고 자라 생선살에 붉은빛이 돈다고 해서 ‘황금인삼송어’로 부르기도 한다.

비발디파크 리조트가 운영하는 스노 월드와 당나귀 타기 체험 같은 즐길거리도 많다. 강 한가운데에 옛 모습을 재현한 시골 초가집과 각종 어종을 전시한 민물생태전시관은 가족 나들이객으로 붐빈다. 개막이 늦어진 만큼 올해 축제는 이달 30일까지 계속된다.

‘홍천강 꽁꽁축제’ 개막 다음날인 14일엔 ‘화천 산천어축제’가 시작된다. 이 역시 예정보다 1주일 늦어져 다음달 5일까지 이어진다. 4년 연속 대한민국 대표축제로 선정된 축제답게 사람이 많이 몰린다. 축제 백미인 산천어 얼음낚시를 비롯해 루어낚시, 맨손잡기, 눈썰매, 창작썰매 콘테스트 등 체험 행사만 70여 가지다.

14일 오후 6시 화천청소년수련관 특설무대에서 열리는 개막식에는 핀란드 산타마을의 ‘리얼 산타’가 출연해 ‘1월의 크리스마스’ 분위기를 연출한다. ‘산타의 특별한 1월 휴가’를 주제로 한 공연, 산타와 아이들의 ‘희망 토크’, 산타와 함께하는 철조망 절단식, 불꽃놀이도 펼친다. 숙박객에게는 밤낚시 무료 이용권까지 준다.

최근 2년간 열지 못한 ‘인제 빙어축제’도 21일 재개한다. 지난달 31일 시작된 ‘평창 송어축제’는 14일부터 얼음낚시를 시작한다. ‘태백산 눈축제’ 일정은 13~22일. 이런 겨울축제의 특징은 평소 관광객이 많지 않은 지역적 한계를 거꾸로 활용했다는 점이다. ‘결핍’에서 ‘풍요’를 일궈낸 역발상의 지혜가 돋보인다.

고두현 논설위원 kd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