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이 지난해 10월부터 임원 1000여명의 급여 10%를 삭감한 데 이어 올해 과장급 이상 간부직원 3만5000여명의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현대·기아차의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이 줄고 5년 연속 영업이익률이 크게 떨어지는 등 상황이 녹록지 않다고 봐서다. 올해 세계 자동차시장 전망도 좋지 않은 데다 대내외 악재가 너무 많아 비상경영의 강도를 높인 것으로 재계는 보고 있다.
"비상벨이 울린다" 3만5000여명 위기극복 동참
“추가 노력 절실”…비상경영 확대

현대차와 기아차, 현대모비스, 현대제철 등 각 계열사는 조만간 사내 절차를 거쳐 간부직원의 올해 임금을 동결하기로 했다. 성과급 지급은 올해 경영 상황에 따라 결정하기로 했다.

이번 임금 동결에 동참하는 과장급 이상 간부직원은 51개 계열사를 통틀어 3만5000여명에 달한다. 올해 1월 급여부터 연말까지 동결할 방침이다. 과장 및 차장, 부장 등 간부직원들은 매년 초 전년도 노사 협상 결과를 고려해 임금 인상을 해 왔는데, 이를 받지 않기로 했다.

현대차그룹 간부직원들의 임금 동결은 2009년 이후 8년 만이다. 당시 글로벌 금융위기 직후 회사 사정이 어려워지자 노사가 전 직원 기본급 동결에 합의했다. 2006년에도 간부직원들이 자발적으로 기본급 동결을 결정한 바 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지난해 임원 급여를 10% 자진 삭감하는 등 사실상 비상경영에 들어갔지만 추가 노력이 절실하다는 판단 아래 간부들이 위기 극복에 동참한 것”이라며 “그만큼 경영환경과 사업전망을 심각하게 보고 있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車 판매 급감 직격탄

상황은 녹록지 않다. 작년 글로벌 판매 실적은 최악이었다. 세계 판매량은 목표(813만대)에 크게 못 미치는 788만대에 그쳤다. 글로벌 경기 침체 여파와 함께 현대·기아차 노조의 파업으로 25만9000여대의 생산 차질 피해를 본 탓이 컸다. 2015년(801만5665대)보다도 1.7% 감소했다. 차 판매량이 줄어든 것은 2000년 그룹 출범 이후 16년 만이다.

수익성 역시 나빠지고 있다. 현대차 영업이익률은 2011년 10.3%에서 2012년 10.0%, 2013년 9.5%, 2014년 8.5%, 2015년 6.9%를 기록한 데 이어 지난해(1~3분기) 6.0%까지 떨어졌다. 5년 연속 하락했다. 기아차도 마찬가지다.

문제는 올해 사업전망 역시 어둡다는 점이다. 현대·기아차는 올해 글로벌 판매 목표를 825만대로 제시했지만, 어려운 한 해를 보낼 것이란 예상이 많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는 올해 자동차시장 내수판매가 작년보다 2.8% 줄어든 175만대 수준에 그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 글로벌경영연구소는 올해 세계 자동차 판매가 1.9% 증가한 9068만대에 그칠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사업전망이 좋지 않은 것도 문제지만 대내외 변수가 복잡해지고 있는 점도 큰 부담”이라며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임원과 간부직원들의 보수를 조금이라도 줄여 회사의 미래 기술 투자에 보태야 하지 않겠느냐는 의견이 제기돼 이를 반영한 것”이라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