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단 이기주의'에 막힌 대학기숙사 신축
한양대는 지난해 3월 서울캠퍼스 부지 한쪽에 학생 기숙사를 짓기로 했다. 기숙사가 턱없이 모자란다는 학생들 지적을 받아들인 것이다. 한양대생 열 명 중 한 명만 값싼 기숙사 혜택을 누리고 있다.

한양대는 유학생 전용 ‘6기숙사(540명 수용)’와 국내 학생 전용 ‘7기숙사(1450명)’를 같이 짓기로 했다. 하지만 지금까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했다. 학교 인근 주민들이 워낙 강하게 반대하고 있어서다. 한양대 관계자는 12일 “주민들은 기숙사가 생기면 임대업에 타격을 입어 생계를 위협받는다고 생각한다”며 “작년 11월 사근동 주민을 대상으로 공청회도 열었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고 하소연했다.

성동구청 관계자는 “구청의 건축 허가에 앞서 서울시가 건축 관련 ‘시설 조성계획’ 심사에 들어갔는데 반대 주민 민원을 먼저 해결해야 한다는 답이 왔다”고 설명했다.

서울 주요 대학의 기숙사 여건은 열악하다. 대부분의 기숙사 수용률(재학생 수 대비 수용인원)은 10~20% 수준이다. 고려대(10.4%) 이화여대(11.3%) 한양대(11.4%) 등은 10%를 간신히 웃돈다.

정부가 열악한 대학생 정주 여건을 개선하기 위해 추진하는 ‘행복기숙사’ 같은 공공 기숙사도 주민 반대에 막혀 있다. 한국사학진흥재단은 서울 성북구 동소문동에 ‘행복기숙사’를 짓기 위해 작년 4월 건축허가 신청을 냈지만 9개월째 답보 상태다. 750명 규모의 행복기숙사는 입주 학생의 소속 대학이 기숙사비를 일부 보조하는 방식으로 운영돼 인기가 높다. 하지만 인근 아파트 주민들은 “주변 초등학교(돈암초교)와 가까워 대학생이 오면 교육 문화를 해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일부 주민은 구청에 “대학생이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성범죄’를 저지를 수 있다”는 진정도 냈다. 재단은 작년 9월부터 이미 세 차례의 설명회를 열었지만 주민들은 회의장 앞에서 시위하는 등 집단행동으로 맞섰다.

재단 관계자는 “국유지에 기숙사를 짓는 것임에도 진척되지 않고 있다”며 “오는 18일 주민 설명회를 열어 다시 설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고려대는 주민 반대에 몇 년째 ‘첫삽’도 뜨지 못하고 있다. 이 대학은 2013년 말 개운산 내 학교 부지에 1100여명을 수용하는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다. 2014년 8월 성북구청에 신청을 낸 지 3년 동안 진전이 없다.

구청과의 소송전으로 비화하기도 한다. 2012년 운동장 부지에 1000여명 규모 기숙사 신축 계획을 세웠던 경희대는 동대문구청이 주민 민원을 이유로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자 2014년 10월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같은 해 12월 구청에서 건축허가를 받아내 신축하고 있다. 홍익대는 마포구청이 주민 반대를 이유로 기숙사 건축허가를 내주지 않자 2013년 10월 행정소송을 제기했다. 2015년 2심에서 승소한 뒤 지난해 6월에야 기공식을 열고 공사를 하고 있다.

김동현/성수영 기자 3cod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