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가성비 최고 'GB 상품' 유통시장 새 '블루오션'
브랜드(Brand)란 말은 고대 노르웨이어 ‘Brandr’에서 시작됐다. Brandr는 ‘불로 달구어 지진다’는 뜻이다. 브랜드의 역사는 고대 그리스와 로마 시대로 거슬러 올라가는데, 상점 주인들이 가게 이름 대신 자신이 판매하고 있는 물건을 그림이나 표식으로 만들어 가게 앞에 걸어 놓은 게 시초였다.

20세기 들어 기업들은 경쟁사와의 차별화 전략의 한 축으로 브랜드를 발전시켰다. 브랜드를 유통채널로 구별하면 제조업자 브랜드(NB), 유통업자 브랜드(PB), 제네릭 브랜드(GB)로 나눌 수 있다. 제조업자 브랜드는 제품을 생산한 제조업자가 브랜드를 직접적으로 소유하고 관리하며 유통시키는 브랜드다. 우리가 구입하는 상품의 대부분이 제조업자 브랜드에 속해 있다.

PB상품으로 불리는 유통업자 브랜드는 제조업자 브랜드와는 정반대 개념이다. 유통업체가 소유하고 판매하고 관리하는 브랜드를 말한다. 국내 최초의 PB상품으로는 1997년 이마트가 출시한 ‘E-Plus우유’로 알려져 있지만, 1970년에 신세계백화점이 와이셔츠 등 패션 상품으로 ‘피코크’라는 PB상품을 출시한 것이 원조다. 신세계는 2000년 초반까지만 피코크를 쓰다 폐기했고, 2013년에 이마트가 간편가정식 브랜드로 되살렸다.

제네릭 브랜드는 라벨에 브랜드 이름이 붙어 있지 않고 상품 내용만을 표시한 상품들이다. 예컨대 ‘코카콜라’ 대신에 ‘콜라’, ‘제주 삼다수’ 대신에 ‘생수’, ‘서울 우유’ 대신에 ‘우유’로만 적혀 있다. 물론 뒷면에는 제조회사명, 재료성분, 제조일자 등이 쓰여 있고 유관기관 승인까지 취득한 상품으로 일정한 품질관리도 뒷받침된다.

이마트가 2015년 출시한 ‘노브랜드(No Brand)’가 있는데, 이마트가 ‘노브랜드’로 상표를 등록한 브랜드이기에 제네릭 브랜드는 아니고, 정확히 구분하면 초저가형 PB상품이다. 이런 초저가형 PB상품으로는 홈플러스의 패션PB인 ‘F2F’와 독일의 ‘알디(Aldi) ‘몬(MON)’, 캐나다의 ‘노네임(No Name)’이 있다.

GB상품은 1976년에 프랑스 유통업체 까르푸가 세계 최초로 출시했다. 사실 학계와 유통업계에선 제네릭 상품이 절대로 성공하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잘 알려진 제조업체의 브랜드 제품들과 비교해 볼 때, 지명도와 소비자 인식 면에서 전혀 경쟁 대상이 될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였다. 5년 후에는 미국 슈퍼마켓의 80% 이상이 GB상품을 취급했고, 미국 전체 슈퍼마켓 매출의 약 2% 이상을 책임지는 상품으로 거듭났다.

일본은 1980년 대형 슈퍼마켓 ‘세이유’가 무인양품(無印良品·MUJI)이라는 이름으로 GB상품을 처음 도입했다. ‘무인양품’은 ‘브랜드가 없지만, 품질 좋은 제품’이라는 의미로 일본 내에서는 ‘브랜드가 없는 브랜드’라고 홍보해 큰 성공을 거뒀다.

필자는 20년 전 짧은 미국 유학생활 중 슈퍼마켓에서 GB상품을 처음으로 접했다. 포장에 단지 ‘Milk’ ‘Water’라고만 적혀 있을 뿐 브랜드 이름이 전혀 없었고, 가격은 월등히 저렴했다.

경영학자 휘틀리의 분석에 따르면 제조업자 브랜드 상품과 PB상품이 50 대 50 비율로 판매되는 상황에서 GB상품이 출시되면 판매 구성비가 각각 NB(45%), PB(40%), GB(15%)로 변화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GB가 성공하게 된 가장 큰 배경은 바로 ‘가격’에 있는데, 평균적으로 NB상품에 비해 30~40% 저렴했고, PB상품에 비해서도 약 20%가 더 낮았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15세부터 64세에 해당하는 생산가능인구 증가율이 작년부터 줄어들고 있다. 내년에는 생산가능 절대인구가 줄어드는 급격한 ‘인구절벽’ 시대에 돌입한다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다시 해석해 보면 갈수록 국가 전체의 소비가 줄어들 것이며, 국민 1인당 소비지출도 축소된다는 말이다.

국내 유통업체들은 GB 도입을 하루라도 빨리 검토해 PB상품 간 치열한 자체 경쟁으로 인해 유발되는 잠식 현상 극복에 나서야 한다.

박성준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