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2017 참관기]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2011년 LG디스플레이 사장 시절 이후 6년 만에 세계 최대 전자쇼인 CES를 다녀왔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지난 5~8일 열린 ‘CES 2017’은 6년 전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래 혁신 서비스의 경연장으로 발전했다.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사물인터넷(IoT), 커넥티드 카 등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통신회사 최고경영자(CEO)를 맡은 지 1년이 지났다. 이번 CES 현장은 말로만 이야기하고 실체가 모호하던 4차 산업혁명이 이제 진짜 일어나고 있다는 것을 실감케 했다. 우선 기업들의 변화가 빨라졌고, 이는 새로운 기회를 창출하고 있다. TV 명가였던 파나소닉은 수년 전 수십 대의 스크린으로 도배하다시피 하던 전시장에 단 한 대의 TV만을 배치했다. 그 자리는 미래 자율주행 자동차가 대신했다. 그리고 전시장 대부분을 스마트홈과 스마트시티로 채웠다. IoT로 연결된 가정용 기기를 통해 가족이 시간을 공유하고 개인이 원하는 방법으로 자신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스마트홈으로 미래 라이프스타일을 제시했다.

스마트시티는 가정의 라이프스타일 개념을 도시로 확장하면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모델이다. 고령화 시대에 대비해 각종 센서와 인공지능으로 노인들이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생활보조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다.

국내 가전업체들은 IoT와 빅데이터, 인공지능을 통한 스마트홈 기술을 선도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아마존의 AI 음성인식 비서 ‘알렉사’와 연동한 LG전자 스마트 냉장고는 요리를 하다가 음성으로 명령을 내리면 음악 재생이나 뉴스 검색, 온라인 쇼핑, 일정 확인 등을 할 수 있다. LG전자는 스마트홈의 리더답게 가정용부터 공항용까지 다양한 로봇 제품군을 선보였다. 특히 미래 신시장으로 불리는 IoT 기반의 스마트홈 시장을 적극적으로 앞서가는 두 회사의 모습은 IoT 사업에 대한 강한 확신을 갖게 하는 계기가 됐다.

자동차 기업들도 정보통신기술과 자동차를 연결해 양방향 소통이 가능한 커넥티드 카로 사업구조를 바꾸고 있다. IoT시장의 무한 확장이란 점에서 통신사업자는 새로운 기회를 맞을 것으로 전망된다. 도요타의 인포테인먼트시스템 엔튠(entune 3.0)은 모든 기능을 음성인식만으로 가능케 했다. 포드도 ‘알렉사’를 내장해 운전 편의성을 높였다.

돋보인 곳은 현대자동차다. 현대차는 자동차와 스마트홈 연계 등 자동차와 주거공간과의 결합을 내용으로 한 ‘자동차 중심의 스마트 라이프 구축’이라는 미래 모빌리티 콘셉트를 제시했다. IoT의 확장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제시한 내용이 새롭게 다가왔다.

작지만 기술력을 보유한 스타트업의 등장은 AI, IoT를 더욱 풍성하게 하는 숨은 원동력이다. 신규 비즈니스를 모색하고 기술 확보에 관심이 있어 스타트업 전용 전시관 ‘유레카 파크(Eureka Park)’를 방문했을 때는 스타트업의 높은 기술력에 탄성이 절로 나왔다. IoT 디바이스, 인식기술, 모니터링, 베이비 및 뷰티 케어, 로봇, 보안, 실시간 사물인식, 쇼핑 등 다양한 분야의 스타트업 기업들이 ‘픽미업(pick me up)’을 외치고 있었다. 이들은 IoT 시장의 근간을 튼튼하게 하는 버팀목이다.

4차 산업혁명은 이미 시작됐다. 앞으로 더 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다. 그동안 직접 만나 본 통신사업자들마다 새로운 기회를 놓치면 성장 한계에 직면할 것임을 절감하고 있었다. 통신사업자가 확신하는 신사업 중 하나가 AI와 빅데이터다. 4차 산업혁명이라는 새로운 빅 마켓을 위해 통신기업들도 이제는 경쟁에만 매몰될 것이 아니라 서로의 장점을 주고받는 적극적인 협력 관계를 구축해야 한다. 혼자서 모든 것을 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권영수 < LG유플러스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