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황제' 인텔 "자율주행차에도 '인텔 인사이드'"
세계 최대 반도체 기업인 인텔이 자율주행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자율주행차에 적용할 5세대(5G) 모뎀칩 등을 개발하며 BMW, 모빌아이 등 자동차업체와의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지도 서비스 회사에 투자하고, 자율주행차 관련 보안 솔루션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PC에 ‘인텔 인사이드(Intel Inside)’ 로고를 새겨넣은 것처럼 자동차에도 인텔이 개발한 칩과 네트워크·보안 솔루션 등으로 핵심 플랫폼을 장악하겠다는 전략이다. ‘PC 시대의 제왕’으로 불리던 인텔이 자율주행차 전문기업으로 변신하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자동차업계와 5G 모뎀칩 개발

인텔은 지난 5일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전자쇼 ‘CES 2017’에서 “BMW, 모빌아이 등와 함께 올 하반기 40대의 자율주행차를 일반도로에 배치해 테스트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의 솔루션과 모빌아이의 부품이 장착된 BMW 7시리즈 등을 활용해 자율주행 실험에 나선다.

인텔은 2021년까지 고속도로 자율주행뿐만 아니라 도심에서 승차 공유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을 상용화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이를 위해 실시간 도로 정보 등 방대한 데이터를 초고속으로 처리할 수 있는 5G 모뎀칩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텔 관계자는 “5G 이동통신 기술이 상용화하면 머신러닝(기계학습)을 활용한 자동차 데이터와 고해상도 지도 데이터 등을 실시간으로 주고받을 수 있게 된다”며 “무선 소프트웨어 업데이트 등 다양한 기능을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인텔은 자율주행차 연구를 위해 지도업체 히어(Here)의 지분 15%를 인수하기도 했다. 히어는 핀란드 노키아가 설립한 지도업체로 지난해 30억달러(약 3조5800억원)에 아우디 BMW 메르세데스벤츠 등 독일 자동차업체 컨소시엄에 매각됐다. 인텔은 히어 지분 인수를 통해 독일 자동차업계와의 협력도 강화할 예정이다. 또 센티미터(㎝) 단위로 자동차 위치를 추적할 수 있는 지도 시스템 등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음성·보행자 인식 기술 연구

인텔은 에릭슨 LG전자 노키아 KT 등 글로벌 전자·통신 기업들과의 제휴를 통해 5G 기술 개발에도 투자를 강화하고 있다. 인텔 솔루션을 기반으로 한 5G 기술 표준화를 노리겠다는 전략이다. 자율주행차의 보안을 강화하기 위해서는 보안 자회사인 인텔시큐리티(맥아피)를 통해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인텔은 또 미국 완성차업체 포드와 음성·보행자 인식 기술을 연구하고 있다. 중국 정보기술(IT)업체 바이두와는 자동차와 데이터센터를 연결하는 컴퓨팅 기술을 개발 중이다.

브라이언 크르자니크 인텔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클라우드 컴퓨팅을 비롯해 보안, 머신러닝 기술을 제공할 수 있다”며 “완벽한 자율주행차 개발을 위해 앞으로 2년간 2억5000만달러(약 3000억원)를 투자하겠다”고 강조했다.

인텔은 고성능 프로세서와 모뎀칩, 자율주행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통해 퀄컴 엔비디아 등 경쟁업체를 뛰어넘겠다는 목표를 세웠다. 블룸버그는 “인텔이 PC 시장에서의 막강한 지배력을 자동차 분야로 확대하고 있다”며 “자율주행차의 핵심인 반도체 기술을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