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親)러시아 성향의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러시아 억만장자들의 재산도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부호의 자산 원천인 천연가스 수출이 지난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활황이었고 미·러 관계 개선 기대로 러시아 기업 주가가 많이 뛰었기 때문이다.

미국 경제주간 포브스는 9일(현지시간)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두 달 동안 러시아 주요 부호들의 자산이 290억달러(약 34조6600억원) 증가했다”고 보도했다.

보유자산 가치가 급증한 부호 중에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측근으로 분류되는 인사가 다수 포함됐다. 푸틴의 최측근으로 평가되는 겐나디 팀첸코 볼가그룹 회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18억달러가량 자산이 불었다. 팀첸코가 23% 지분을 보유한 천연가스 생산업체 노바텍 주가가 이 기간 16% 뛴 영향이 컸다. 팀첸코의 보유자산 규모는 총 15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레오니드 미헬손 노바텍 회장은 미 대선 이후 재산이 19억달러 늘면서 보유자산 규모가 총 182억달러에 달했다.

러시아 철강재벌들의 자산도 급증했다. 세베르스탈의 알렉세이 모르다쇼프 회장 자산은 트럼프 당선 이후 16억달러 늘었다. 블라디미르 리신 노볼리페츠크철강(NLMK) 회장의 자산 증가분은 14억달러에 달했다. 리신 회장은 트럼프 당선 이후 3일 동안 8억3000만달러의 평가이익을 본 것으로 나타났다. 포브스는 “미·러 관계 개선 기대와 루블화 가치 상승 등이 겹치면서 미 대선 이후 미국의 억만장자 자산이 평균 2.8% 늘어나는 동안 러시아 부호 자산은 7.1% 증가했다”고 평했다.

러시아의 지난해 가스 수출은 사상 최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러시아 경제일간 콤소몰스카야프라브다는 “지난해 가즈프롬이 1790억㎥의 천연가스를 수출해 사상 최대치 기록을 갈아치웠다”며 “덴마크가 전년 대비 2.5배의 가스를 수입한 것을 비롯해 네덜란드, 영국, 오스트리아, 그리스 등에서 수요가 크게 늘었다”고 전했다.

김동욱 기자 kimd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