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상장지수펀드(ETF) 투자에 강점을 갖고 있는 NH투자증권과 삼성증권 해외상품부가 추천한 미국 ETF를 추렸다. 두 회사가 추천한 상품들의 투자 포인트는 △트럼프의 인프라 투자정책 △재정정책에 따른 물가상승 △금리 인상 △불확실한 국제정세 등이다. 추천 상품명은 ETF의 종목 번호에 해당하는 ‘티커’로 표기했다.
[해외 ETF 투자] '트럼프 인프라 공약' 수혜…건설·금리·물가 추종 ETF에 베팅을
‘트럼프’ 수혜 ETF에 쏠린 관심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는 올해 미국 ETF 시장의 핵심 키워드다. 트럼프의 1조달러 인프라 투자 공약으로 연관 사업이 수혜를 입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며 관련 ETF들 대거 추천 목록에 올랐다. 두 회사가 공통적으로 추천한 ‘AMLP’는 미국의 에너지·인프라 관련 기업 가운데 미들 스트림(중간 공정)에 투자하는 마스터합작회사(MLP) ETF다. 자산 규모는 약 5조원이다. 미국의 중대형 파이프라인 제공기업 혹은 시추기업이 주로 편입돼 있다. 총 26개 종목에 분산투자하며 분기마다 분배금을 준다. 지난 3일 종가 기준 분배금 수익률은 8%다.

미국의 빌딩 및 건설과 관련된 기업 30개를 추종하는 ETF인 ‘PKB’도 유망 종목으로 꼽혔다. 이 ETF가 담고 있는 30개 종목은 건설 엔지니어링 리모델링 빌딩 고속도로 터널 다리 댐 공항 등을 짓는 기업으로 이뤄져 있다. 지난해 말 오랜 진통 끝에 제정된 ‘교통재정비법’이 트럼프의 정책과 맞물려 인프라 투자에 상승 효과를 낼 전망이다.

전래훈 NH투자증권 해외상품부 연구원은 “교통재정비법 시행으로 향후 5년간 총 3050억달러가 인프라에 투자될 예정”이라며 “올해 미국은 본격적인 인프라 투자 사이클에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밖에 화학·포장 및 컨테이너·건축자재 관련 주식들을 담는 ETF인 ‘XLB’ 등도 추천 상품 목록에 이름을 올렸다.

주요 투자처는 금리·물가

 Getty Images Bank
Getty Images Bank
인프라 투자 등으로 대표되는 재정 확장책은 물가를 밀어올릴 가능성이 높다. 주요 증권사들이 물가 상승률에 비례해 수익률이 나오는 물가연동채권 연계 ETF들을 추천한 배경이다. 미국의 물가연동채 관련 ETF 중 대표 상품은 ‘TIP’다. 미국 물가채로 이뤄진 TIPS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이란 의미다. 물가채는 물가가 오르는 만큼 수익이 난다. 매달 월지급식으로 분배금을 주며 3일 종가 기준 분배금수익률은 1.5%다.

이 밖에 △S&P500지수의 경기소비재지수를 추종하는 ‘XLY’ △S&P500지수의 필수소비재지수를 따르는 ‘XLP’ △14가지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DBC’ 등도 물가 상승기에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다.

금리 상승 역시 올해의 주요한 변화다. 미국 중앙은행(Fed)은 올해 세 번의 기준금리 인상을 예고했다. 초강력 재정정책을 뒷받침하기 위해 국채를 발행해야 하는 것 역시 금리 상승 요인이다. 금리 인상 국면에 대표적 수혜 대상은 변동금리채권이다. ‘BKLN’은 미국에 상장된 시니어론(신용등급 BBB-이하 기업에 담보를 받고 자금을 빌려주는 변동금리대출)을 추종하는 ETF다. 자산 규모는 약 5조8000억원에 달한다. 전 연구원은 “시니어론은 담보가 있다는 점에서 하이일드채권과 뚜렷하게 구별된다”며 “기준금리가 오르면 대출금리도 오르기 때문에 금리 인상에 따른 채권 가격 하락을 상쇄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금리 상승으로 채권이 떨어질 경우 수익을 내는 상품을 택할 수도 있다. ‘TBF’는 만기 20년 이상 미국채 가격을 마이너스 한 배 추종하는 인버스 ETN이다. 다만 국채선물을 매도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채권 보유시 지급되는 이자만큼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변동성 자체에 투자하라

올해는 여러모로 국제 정세가 불안한 시기다. 미국과 중국의 정치·경제·군사적 긴장이 높아질 가능성이 크다. 유럽연합(EU) 역시 심상치 않은데다 굵직굵직한 선거도 예정돼 있다. 박상진 삼성증권 해외상품부 과장은 “불확실성이 높은 변동성 장세에 대응하기 위해 가치주 및 배장주 중심의 ETF에 투자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PFF’는 뉴욕증권거래소와 나스닥의 우선주로 이뤄진 S&P미국우선주지수를 추종한다. 6일 기준 연초 이후 수익률은 1.99%다.

변동성 자체에 베팅할 수도 있다. ‘VXX’ ‘XIV’ ‘UVXY’는 모두 ‘공포지수’라 불리는 변동성지수(VIX) 선물가격을 추종하는 상품이다. 이 가운데 ‘XIV’는 마이너스 한 배를 추종한다. 시장 변동성이 낮아지는 국면일 때 수익을 낼 수 있다. 변동성에 투자하는 상품은 기간별로 수익이 들쭉날쭉하다. 단기로 투자하는 편이 안전하다.

최근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떨어진 신흥국 채권에도 관심을 둘 만하다. ‘EMB’는 미국 달러로 발행된 신흥국 국채에 투자한다. 브라질 러시아 아르헨티나 페루 등의 국채에 분산투자하는 상품이다. 달러 기반이기 때문에 환율 변동성에 대한 리스크가 상쇄된다는 장점도 있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