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4월 치러지는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9일 서울 노량진 공단기 공무원시험 준비학원에 수험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오는 4월 치러지는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을 앞두고 9일 서울 노량진 공단기 공무원시험 준비학원에 수험생들이 몰려들고 있다. 김영우 기자 youngwoo@hankyung.com
지난 6일 낮 12시 서울 노량진에 있는 국내 최대 공무원시험 학원인 공단기 1관 2층. ‘딩동’ 소리가 나자 전광판에 번호가 떴다. 학원 수강 등록신청을 하려는 학생과 어머니가 함께 자리에 앉았다. 학원 창구 관계자는 “1~2월 영어강좌 맞죠? 개강 전까지는 환급이 가능합니다”며 등록 전반에 대해 안내했다. 학원 등록을 위해 온 학생은 “올해 국가직 공무원 채용이 많다고 해서 다니던 대학을 중퇴하고 왔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취업에 강한 신문 한경 JOB] 대학중퇴·수능 끝난 고3도 공무원시험 열풍…인기강좌 두 시간 만에 매진
등록코너 바로 앞에는 상담코너가 있었다. 수험생들은 사전 인터넷 상담 신청을 통해 공무원 직렬, 선택과목 등의 상담을 미리 받은 후 수강 등록절차를 밟는다. 수강 등록 후엔 바로 옆의 교재 코너로 가서 교재를 구입했다. “일부 인기 강좌는 신청자가 많아 1000명이 넘는 수강생을 받아도 단 두 시간 만에 등록이 마감되기도 한다”고 학원 관계자는 전했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9급 국가직 공무원 원서 접수를 앞두고 공무원 학원가에 공시생(공무원시험 준비생)들의 발길이 줄을 잇고 있다. 올해 5, 7, 9급 국가직 공무원 선발 규모는 모두 6023명으로 지난해(5372명)보다 651명(12.1%) 더 늘어났다. 1981년(6870명)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정부의 채용 규모 확대 발표 때문인지 공무원시험을 준비하는 학생들이 더 많아진 것 같다”고 학원 관계자는 전했다. 특히 기업들의 채용 규모가 줄면서 취업에 실패한 대학 졸업자들까지 공시생 대열에 들어서고 있는 것이 최근의 특징이라고 덧붙였다.

노량진 학원가 1월 특수

공무원 학원가의 1년은 응시 인원이 가장 많은 9급 국가직 공무원을 중심으로 운영된다. 올해 9급 국가직 공무원 시험은 4월8일이다. 학원들은 시험이 끝난 5월부터 10월까지는 기본이론서반, 11~12월에는 기출문제반, 1~2월에는 문제풀이반, 3~4월에는 최종시험반을 운영한다. 4월 시험을 앞둔 1월과 지방직 공무원시험(6월)이 끝난 7월에 가장 많은 수강생이 몰린다. K학원 관계자는 “매년 1월 등록생만 7000~8000명에 달한다”고 했다. 7월엔 새롭게 공무원시험을 시작하는 학생들로 학원가는 또 한 번 특수를 누린다.

정부의 청년 일자리 확대 정책으로 공무원 채용 규모가 늘면서 응시자들도 더 많아지고 있다. 9급 국가직 공무원 3000명을 뽑았던 2014년에는 19만3000여명이 지원해 64.3 대 1의 경쟁률을 보였지만, 지난해 4120명 채용에는 22만1853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은 53.8 대 1로 낮아졌지만 지원자는 3만명 가까이 늘었다.

지원자가 늘면서 합격선도 덩달아 높아졌다. 지난해 9급 국가직 일반행정 분야는 총점 기준으로 396.25점이었다. 시험과목이 5개 과목(국어, 영어, 한국사 필수, 선택 2과목)인 것을 감안하면 필수과목은 평균 90점 이상을 받아야 합격이 가능하다. 공무원시험 강사는 “응시생들의 성적이 상향 평준화됐다”며 “과거에는 커트라인이 평균 80점대였지만 지금은 90점 안팎으로 뛰었다”고 말했다.

공시생이 늘면서 수험 기간도 길어지고 있다. 1년 만에 합격하는 비율은 10%가 안 된다. 학원 관계자는 “합격자의 40%는 수험 기간이 2~3년이고 3년 이상 장기수험생도 50%에 달할 정도로 공시생들이 점차 노령화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3년째 9급 공무원에 도전하고 있다는 박모씨는 “지난해 아깝게 떨어져 미련이 남아 올해도 공부 중”이라며 “일반 기업에 갈 수 있는 기회를 놓쳐 계속 공무원을 준비하는 사람도 많다”고 전했다.

1년간 최소 1500만원 쓰는 공시생

노량진 학원가 공시생 1명이 쓰는 비용은 1년에 최소 1400만~1500만원 선에 달한다. 구체적으로 학원비 400만~500만원, 교재비 40만~50만원, 고시원비 600만~700만원, 식비 360만~400만원 등이다. 책을 보면서 간단히 빵으로 끼니를 때우고 있는 김모씨는 “먹고 자고 학원강의 듣는 비용만 한 달에 최소 100만원 이상이 든다”며 “경남에서 올라왔기에 하루빨리 합격해 이 생활을 청산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씨는 인강(인터넷강의), 추가 교재비, 기타 생활비를 포함하면 비용은 더 늘어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심각한 취업난은 수능을 마친 고3생들까지도 ‘공시족’으로 내몰고 있다. 특히 이명박 정부 시절인 2013년 시험부터 9급 국가직 시험과목에 수학, 사회, 과학이 선택과목으로 도입됐다. 고졸자들에게 공무원 진출 기회를 넓혀주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합격률은 저조하다.

2013년 9급 국가직 공무원 전체 합격자 가운데 고졸자 비율은 2.0%였고 이듬해인 2014년에는 1.5%, 2015년에는 1.4%로 줄었다. 강준희 인사혁신처 사무관은 “고졸자에게 공무원의 문호를 넓혀주기 위해 도입됐지만 합격이 쉽지 않아 지역인재 9급 채용에 오히려 중점을 두고 있다”고 말했다.

취업포털 잡코리아 조사에 따르면 공무원시험 경험자의 23.5%는 중도 포기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유는 대부분이 치열한 경쟁 때문이었다. 이런 치열한 경쟁을 뚫고 합격한 9급 공무원의 2017년 1호봉 세전 급여는 139만3524원이다.

공태윤 기자/이시은 잡인턴기자(경희대 4년) true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