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환기를 비롯해 단색화가 정상화, 박서보, 이우환은 국내 미술시장을 이끄는 ‘4두마차’로 불린다. 지난해 이들의 경매 낙찰액은 720억원으로 전체 낙찰총액(1720억원)의 42%를 차지하며 실질적으로 미술품 거래를 주도했다. 2013년 이전만 해도 10% 수준에 머물렀던 데 비하면 엄청나게 늘어난 액수다. 국내외 미술애호가들의 ‘사자 열풍’으로 낙찰률도 81%까지 뛰어올라 시장의 강력한 테마주로 부상했다. 올해에는 어떤 테마가 뜰까.

미술시장 전문가들은 새해에도 국내 미술시장이 김환기를 중심으로 꾸준한 성장세를 유지하는 가운데 단색화의 스펙트럼 확산, 저평가된 추상화, 희귀한 고미술품 등이 ‘틈새 테마주’로 떠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석 한국미술시가감정협회 이사장은 “정국 혼란과 미국 금리 인상, 유가 상승세 등 불투명한 경제 상황에서도 미술시장에서는 단색화와 추상화, 고미술품 전시회가 늘고 있다”며 “침체된 시장에 활력을 주면서 가격 상승의 모멘텀이 기대된다”고 분석했다.
김환기·단색화·추상화 열풍은 계속된다
◆미술시장 강력 테마주 ‘김환기’

8일 서울 현대화랑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류경채 화백의 추상화 '날 85-5'를 감상하고 있다.
8일 서울 현대화랑 전시장을 찾은 관람객이 류경채 화백의 추상화 '날 85-5'를 감상하고 있다.
2015년부터 미술시장에 불어닥친 김환기 열풍은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해 김 화백 작품은 서울과 홍콩 경매시장에서 노란색 점화 ‘12-V-70 #172’(63억원), 파란색 점화 ‘무제 27-VII-72 228’(54억원) 등이 50억~60억원대에 거래되며 한국 ‘근·현대 미술품 경매 최고가 톱5’에 올랐다. 낙찰 총액도 전체 경매시장의 24%를 점유한 415억원(낙찰률 76.5%)을 기록해 국민화가 박수근, 이중섭을 제치고 미술시장의 ‘황제주’로 떠올랐다.

삼성미술관 리움이 새해 메인 전시로 김환기를 선택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리움은 오는 4월 김환기의 대규모 회고전을 열어 국내외 관람객 20만명 이상을 끌어들인다는 전략이다. 서울옥션과 K옥션도 김환기 작품이 올해에도 경매시장을 이끌 것으로 보고 1970년대 점화는 물론 1950~60년대 구상화에 이르기까지 다채로운 작품을 경매에 부칠 계획이다. 김환기의 작품이 경매 최고가 기록 63억원을 넘어 100억원을 찍을지 주목된다.

◆추상화로 번지는 단색화 열풍

올해는 단색계열 추상화에 대한 가치 재평가가 그 어느 때보다 활발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국 유럽 중국 화랑과 미술관들은 한국 단색화와 국내외 추상화가를 끌어들여 다양한 홍보 마케팅을 펼치고 있고, 국내 미술계도 전시회를 마련하는 등 긍정적인 요인이 많다는 이유에서다.

서울을 비롯해 뉴욕, 런던, 상하이 등에서는 올해도 한국 단색화와 추상화 열풍이 이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작가들의 전시 라인업에 열을 올리고 있다. 현대화랑은 추상화 개척자 류경태 화백의 작품전을 지난 5일 시작했고, 런던 화이트큐브갤러리는 오는 20일 박서보 화백의 개인전을 열어 2000년 이후 제작한 색채 묘법 20여점을 건다. 뉴욕 리먼머핀갤러리는 2~3월에 김기린 초대전, 런던 도미니크레비갤러리는 4월 정상화의 개인전을 펼친다. 중국 상하이 유즈뮤지엄은 9월에 박서보 하종현 권영우 등이 참여한 ‘단색화 프로젝트’를 진행할 예정이다. 국제갤러리(권영우), 학고재화랑(오세열), 아라리오(노부코 와타나베·이강욱), 노화랑(서승원), 선화랑(이정지), 리안갤러리(조엘 사피로·이건용)도 추상화가 개인전을 준비 중이다.

노승진 노화랑 대표는 “정상화 박서보 하종현 정창섭 윤형근 등 단색화가의 작품은 유통 물량이 적어 구입하기 힘든 데다 가격도 너무 비싸다”며 “이 때문에 류경채 김기린 서세옥 윤명로 김구림 곽인식 김태호 곽훈 김춘수 오세열 김태호 최명영 등 ‘포스트 단색화’ 작가가 대안으로 떠올랐다”고 말했다.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