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지난 7일 서울 곳곳에서 열렷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11차 촛불집회(왼쪽)가 열렸고 보수단체 회원들(오른쪽)은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서 시위를 벌엿다. 연합뉴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찬반 집회가 지난 7일 서울 곳곳에서 열렷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는 11차 촛불집회(왼쪽)가 열렸고 보수단체 회원들(오른쪽)은 삼성동 코엑스 인근에서 시위를 벌엿다. 연합뉴스
지난 7일 열린 새해 첫 촛불집회는 세월호 침몰 1000일(9일)을 맞아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집회였다. 서울 광화문광장으로 이어지는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출구에는 세월호 사건으로 목숨을 잃은 304명을 추모하는 구명조끼가 놓여있었다.

촛불집회와 태극기집회 한쪽에선 박근혜 대통령 탄핵과 무관한 주장도 쏟아져 나와 참가자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시민들은 촛불과 태극기를 편 가르기와 정치적 목적으로 사용하는 세력에 반감을 드러냈다.

◆“촛불의 본질을 흐리지 말라”

광화문광장 촛불집회 참가자 사이에서는 ‘이석기 석방’ 구호 등 일부 극단적 주장에 우려의 목소리가 나왔다. 집회가 장기화되면서 탄핵 이슈와 관계없는 주장이 현장에서 힘을 얻고 있다는 지적이다. 직장인 이태식 씨(43)는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기 위해 나왔지만 이석기 석방에는 동의하지 않는다”며 “지인 중에는 이런 정치적 구호가 촛불의 본질을 흐린다고 생각해 더 이상 집회에 참가하지 않겠다는 사람도 있다”고 말했다. 헌법재판소의 박 대통령 탄핵 심판을 촉구하기 위해 처음 촛불집회에 참가했다는 대학생 박서진 씨(24) 역시 “박 대통령의 국정농단과 관계없는 목소리가 광장을 채우고 있는 데 놀랐다”며 “내란을 공모한 사람을 정부의 희생양이라 호도하는 건 옳지 않다”고 지적했다.

다양한 구호가 나오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있었다. 지난해 12월9일 박 대통령 탄핵 이후 ‘숙의민주주의’의 장으로 변모한 촛불집회에서는 어떤 목소리도 포용될 수 있다는 생각이다. 박장호(37)·이나래(29) 씨 부부는 “촛불집회는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자리인 만큼 여러 의견이 나오는 것은 당연하다”며 “누구든 발언의 자유는 인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선 한 승려가 “내란사범 박근혜를 체포하라”는 유언장을 남기고 분신하기도 했다.

◆“언제까지 종북타령인가”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이 주축인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운동본부’는 이날 서울 대치동 특별검사 사무실 인근에서 집회를 열었다. 오후 2시께 삼성동 코엑스 앞에서 집회를 마친 뒤 대열을 나눠 특검 사무실 맞은편과 강남역 사거리까지 행진했다. 이 과정에서 주최 측은 “나라를 일으킨 박정희 대통령의 딸인 박근혜 대통령을 수호하자”며 대통령을 수사하려는 박영수 특별검사를 ‘빨갱이’ ‘나치’ ‘공산당’이라고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일부 참가자는 촛불집회를 종북좌파의 내란으로 규정하고 ‘계엄령 선포하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나눠 들기도 했다.

상당수 참가자는 무조건적 탄핵 반대가 아니라 법에 따른 공정한 절차를 요구했다. 김모씨(70)는 “박 대통령의 잘못이 있다면 탄핵해도 된다고 생각한다”며 “다만 여론에 휘둘리지 말고 검찰의 공정한 수사에 따라 헌재가 판결을 내려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수 씨(65)는 “언제까지 보수가 빨갱이·종북좌파 프레임에 갇혀 있을 것이냐”며 “촛불이나 태극기나 나라를 생각하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론 정치가 아니라 법 절차에 따라 차근차근 문제를 해결해나가자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같은 시각 서울 청계광장에서 ‘새로운한국을위한국민운동’ 주최로 열린 또 다른 탄핵 반대 집회에서도 ‘박 대통령 수호’가 아니라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황정환/구은서/성수영 기자 j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