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정희 기자 ljh9947@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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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실상부한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는 소비시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막강하지만 수년간 오프라인 유통업체에 대한 우려의 시선을 한몸에 받았다. 경기 둔화에 따른 소비 부진이 이어지고 오프라인과 달리 온라인 소비시장은 폭발적인 성장을 거듭하면서 오프라인 유통공룡으로 불리는 이마트는 다수의 경쟁자로부터 끊임없는 도전을 받고 있다. 지난해 이마트의 행보 속에는 그런 현실에 대한 고민이 묻어난다.

◆온라인 경쟁력 강화

지난해 초 에드워드 호퍼의 작품을 떠올리게 하는 광고 한 편이 소비자 사이에 큰 반향을 일으켰다. 이른바 ‘쓱(SSG)’ 광고로 불리는 신세계그룹의 온라인 복합쇼핑몰(SSG.com) 광고다. 참신한 광고는 가시적인 성과로 이어져 이마트몰 매출은 연간 20%를 웃도는 높은 성장세를 기록했다. 2월 중순부터 ‘쿠팡’으로 대표되는 온라인 유통업체들과의 가격 경쟁에 나선 이마트 역시 온오프라인 통합 최저가를 내세운 ‘가격의 끝’ 행사를 했다. 지난해는 이마트의 온라인 경쟁력 강화가 구체화된 시기로 보인다.

오프라인 기반의 전통 유통업체로 분류되는 이마트로서 소비채널의 온라인화 흐름은 무시할 수 없는 변화다. 이에 대한 이마트의 전략적 선택도 지속적인 관심의 대상이 되고 있다. 이마트는 이제 온라인이라는 소비채널에 대한 지배력을 지속적으로 확대하며 세간의 우려를 불식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잡은 것일까.

◆공간의 한계를 경험·시간으로 극복

이마트의 중장기 전략은 단순히 특정 채널에 대한 지배력 강화에 한정돼 있지 않다. 오히려 오프라인 채널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을 오프라인만의 강점을 통해 극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해 9월 문을 연 스타필드 하남점은 이런 오프라인의 공간적 한계를 소비자에게 경험과 시간을 제공함으로써 극복하려는 유통채널의 시도로 평가된다. 최근 스타필드 코엑스를 연 데 이어 올해는 하남점과 비슷한 대규모 복합쇼핑몰인 스타필드 고양점 개점도 예정돼 있다. 이마트의 또 다른 전략인 ‘전문점’은 대형 점포의 추가 출점 여력이 제한적인 현재 국내 상황에서 효율적인 확장 및 투자를 위한 세분화 전략의 일환으로 판단된다. 올해는 ‘일렉트로마트’와 ‘노브랜드 전문점’ 같이 이미 검증된 전문점 이외에 새로운 가능성을 발굴하는 작업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대표적인 PL(private lable) 브랜드인 피코크(PEACOCK)와 노브랜드(No Brand)의 약진은 채널(온·오프라인 및 스타필드 등)과 테넌트(전문점)에 이어 그 안을 채울 콘텐츠(상품)까지 아울러 이마트의 경쟁력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다. 가격 경쟁의 한계가 점차 드러나는 상황에서 상품 경쟁력 강화가 유통업체의 지속 가능성을 높일 수 있다.일각에서는 이마트의 선택지가 점점 좁아지고 있다고 우려하지만 최근 행보를 보면 이마트는 다양한 전략적 시도와 검증, 선택적 확대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마트의 변화에 대해 충분히 기다릴 만한 가치가 있다고 판단하며 가시적인 성과가 뒤따른다면 시장의 신뢰는 물론 추진하는 전략들도 더 힘을 받을 것으로 기대한다.

◆가시적인 실적이 나타날 올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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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국내 소비시장의 키워드로 ‘인플레이션(물가상승)’을 꼽을 수 있다. 소비자물가지수는 지난해 9월 이후 4개월째 1% 중반의 인상률을 보이고 있다. 신선식품 가격도 전년 대비 10% 이상 높게 형성되고 있다. 예년 수준을 유지하던 생활물가 역시 그 증가폭이 1%를 웃돌고 있어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부담이 커지고 있다. 식품과 생필품 매출 비중이 높은 이마트는 이런 물가 압력이 소비여력을 위축시킬 가능성이 있다는 부담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매출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소비경기 위축과 더불어 주말휴무 등 부정적인 외부환경까지 더해져 매년 역신장을 거듭하던 이마트(대형마트)의 기존점 매출이 올해는 성장할 것으로 보인다. 전년 말을 기점으로 장바구니 물가 상승으로 인한 객단가 상승 효과가 나타나고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객단가 상승 또는 고객수 회복, 그리고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의 중요성 강화(PL상품 수요 확대) 등으로 이마트의 기존사업에 우호적인 환경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한다.

높은 성장률을 보이고 있는 트레이더스는 올해 세 곳 출점해 이마트 신사업의 ‘효자’ 노릇을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전문점 확대도 올해 본격화될 예정이다. 일렉트로마트는 기존 이마트 내에 입점하는(숍인숍) 방식을 중심으로 10여개 출점이 예정돼 있다. 기대를 모으고 있는 노브랜드 전문점도 올해만 약 50개 출점을 계획하고 있다. 올해는 검증된 두 전문점이 본격적으로 그 영향력을 확대하는 시기가 될 것으로 판단한다.

이마트의 어깨를 무겁게 했던 종속법인들 역시 올해 다른 면모를 보일 전망이다. 신세계푸드는 계열사 매출 확대를 발판으로 이익이 늘고 김해공항 면세점 부담을 덜어낸 신세계조선호텔과 점포 축소가 진행된 중국법인은 영업적자가 줄 것으로 예상된다. 기업형 슈퍼마켓(SSM)과 편의점(이마트위드미) 법인 역시 적자폭이 줄면서 연결실적에 대한 부담을 한층 덜어줄 것이다.

김태홍 < 유안타증권 연구원 taehong.kim@yuantakorea.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