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lobal View & Point] 말이 안통해서 일 못하겠다? "맞춰! 또 맞춰주고 이끌어라"
얼마 전 생산 현장의 고집불통 간부 때문에 고민하는 인사담당 임원을 만났다. 그는 “간부란 사람이 불평만 하고 직원들 꼬투리만 찾아 괴롭히고, 이건 도무지 말이 안 통해요. 면담하려니 한숨부터 나오네요”라고 했다.

이럴 땐 어떻게 면담을 준비해야 할까. 리더들은 직원과 소통할 때 치밀하게 논리를 준비해서 설득부터 하려는 경향이 있다. ‘경청’이란 단어에 사로잡혀 열심히 듣기만 할 때도 많다. 그런데 상대가 “그건 회사 입장이고”라고 해버리면 낭패 보기 일쑤다. 어떻게 해야 할까.

소통을 잘하려면 맞춰주고, 또 맞춰준 뒤 이끌어야 한다. 경영학자 피터 드러커는 소통의 원리를 지각, 기대, 요구라고 정의한다. 상대방이 알아들어야 소통이 시작될 수 있다. 소통을 잘하고 싶다면 상대의 입장에서, 알아듣기 쉬운 말을 써야 한다.

상대방에게 맞추는 태도도 중요하다. 말, 목소리, 표정과 자세까지 상대방에게 맞춰 마음이 통하는 관계를 만드는 것이다. 심리학에서는 이를 래포(rapport)라고 한다. 메라비언 미국 UCLA 교수는 소통에 미치는 영향력으로 말이 7%, 목소리 톤이 38%, 표정과 자세 등이 55%라고 분석했다. 목소리 톤과 표정, 자세를 상대에게 맞추는 것이 소통에 중요한 요소라는 설명이다.

맞춰주기는 이게 전부가 아니다. 상대방의 기대에도 맞춰야 한다. 어떻게 할까. 질문과 경청이 답이다. 상대방의 기대가 무엇인지 알 수 있는 질문을 하고 주의 깊게 경청하면서 공감해 준다. 꼭 기억해야 할 점은 상대방의 모든 행동에는 긍정적인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의 긍정적인 의도가 무엇인지 찾아보자. 그러면 상대방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고 상대방의 공감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상대와 마음이 통했다면 다음 단계는 내가 해야 할 말을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상대방의 춤에 내가 맞췄다면 이제는 나의 춤을 출 때다. 내가 바라는 요구로 상대방을 이끌어야 한다. 그런데 성급하게 나의 생각이나 논리로 이끌려 하면 원래 상태로 되돌아가기 십상이다. 회사나 조직의 공동 목적을 앞세워 이끌면 소통에 도움이 된다.

상대방이 고집불통이라면 내가 직접 이끌기보다 다른 사람의 힘을 빌리는 것도 한 방법이다. 예를 들어 교육을 통해 관련 주제에 대한 토론을 하게 하면 상대방이 나의 뜻을 자연스럽고 효과적으로 받아들이게 할 수 있다.

처음으로 돌아가 고집불통 간부와의 면담을 살펴보자. 면담 전에 고집불통 간부가 무엇을 기대하는지 확인할 질문지를 준비한다. 질문의 내용은 회사나 조직의 공동 목적을 고려한다. 예컨대 공장의 바람직한 모습에 대한 생각을 묻는 식이다. 그런 다음 생산 현장으로 가서 면담한다. 우선 서로 마주보며 목소리, 호흡, 자세까지 맞춰준다. 그러면서 준비한 질문을 하고 경청하면서 상대방의 기대에 맞춰준다. 그러면 어느 정도 마음이 통하는 상태가 될 것이다. 이때 원하는 목적으로 이끌면 된다.

필자는 여러 회사를 인수합병(M&A)해 임원 간 소통을 고민하는 회사에 인터뷰하러 간 적이 있다. 한 임원의 방문을 열자 “인수된 회사의 임원은 임원도 아니냐, 사전에 설명도 없이 교육 잡고 인터뷰 일정을 통보하고. 이게 말이 되나? 교육은 절대 가지 않겠다”는 불만이 터져 나왔다. 처음에는 황당했지만 맞춰주고, 또 맞춰주자 분위기가 점차 평온해졌다. 이후 “모든 회사가 함께 성장하려면 지금처럼 하고 싶은 이야기를 다른 임원들과 나눌 공간이 필요하다. 그렇게 교육을 준비할 테니 첫 수업만 나와 달라”고 부탁했다.

그 임원은 10번이 넘는 수업에 한 번도 빠지지 않았다. 불만은 거꾸로 생각하면 관심이 높다는 증거다. 피터 드러커는 가장 완벽한 소통은 어떠한 논리도 필요 없는 순수한 경험의 공유라고 했다. 소통하는 과정에서 경험의 공유를 만들어야 한다. 맞춰주고 맞춰주면서 말이다. 그런 다음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 한다.

김용우 < IGM(세계경영연구원)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