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이 5일 전북 익산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방문해 이곳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왼쪽)이 5일 전북 익산의 바이오 의약품 공장을 방문해 이곳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살펴보고 있다. LG화학 제공
박진수 LG화학 부회장이 5일 새해 첫 현장 일정으로 전북 익산의 바이오 공장을 찾았다. 지난 1일 LG생명과학 합병 절차를 마무리한 데 이어 미래 먹거리로 꼽고 있는 바이오 사업에 박차를 가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전기차 배터리 이어 '바이오 승부수' 띄운 박진수
익산 바이오 공장은 국내 첫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 신약인 팩티브(항생제)를 생산하는 곳이다. 박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연구개발(R&D), 생산기술 등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 창출을 통해 레드 바이오(의약품) 분야 글로벌 플레이어로 도약해 나가자”고 주문했다. 박 부회장은 6일에는 충북 오송 백신 공장을 점검할 예정이다.

역대 LG화학 최고경영자(CEO)들은 새해 첫 일정으로 전남 여수 석유화학공장을 찾았다. 여수공장은 LG화학의 최대이자 첫 석유화학공장이다. 박 부회장도 CEO에 취임한 2013년부터 3년간은 선례를 따랐다. 하지만 지난해에는 충북 오창의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새해 첫 일정으로 택했고, 올해는 바이오 생산시설을 가장 먼저 찾았다.

박 부회장의 이런 행보는 LG화학의 미래 전략과 맞물려 있다. LG화학은 석유화학만으로는 지속 성장에 한계가 있다고 보고 전기차 배터리와 바이오를 신성장 동력으로 키우고 있다. 전기차 배터리는 이미 성과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처음으로 매출 1조원을 돌파했다. 2020년 연 7조원 매출을 목표로 내걸었다. 특히 작년 10월 폴란드에 유럽 최대 전기차 배터리 공장을 착공하며 기존 충북 오송, 미국 미시간주 홀랜드, 중국 난징을 잇는 글로벌 생산체제를 구축했다.

LG화학이 ‘다음 타자’로 공을 들이는 분야가 바이오다. 작년 4월 4200억원가량을 들여 종자와 농약을 생산하는 팜한농(옛 동부팜한농)을 인수한 데 이어 최근 LG생명과학 합병을 마무리했다. LG화학은 LG생명과학이 매년 투자해온 1300억원보다 많은 3000억~50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또 환경 분야 바이오 사업에도 진출해 2025년까지 바이오 분야 전체 매출을 5조원대로 늘릴 계획이다. 현재는 연 1조원 정도다.

문제는 전기차 배터리나 바이오 사업 모두 안정적으로 수익을 내려면 장기간 꾸준한 투자가 뒷받침돼야 한다는 점이다. 그러기 위해선 본업인 석유화학 사업에서 계속 돈을 벌어줘야 한다.

LG화학은 지난해 유화업계에서 롯데케미칼에 영업이익 1위 자리를 내줬다. 1947년 창사 이후 처음이다. 증권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영업이익은 LG화학이 2조원 안팎인 데 비해 롯데케미칼은 2조4000억원대로 추정되고 있다.

롯데케미칼이 유화업계 영업이익 1위에 오른 것은 1976년 창립 후 40년 만이다. 매출은 LG화학이 20조원으로 롯데케미칼의 13조원대보다 월등히 많다. 그런데도 영업이익이 뒤진 것은 범용제품을 중심으로 한 유례없는 유화업종 호황 때문이다. 롯데케미칼은 범용제품 비중이 높은데다 석유화학 사업에 올인한 덕분에 수혜를 톡톡히 봤지만 LG화학은 범용제품 비중이 낮고 신사업에 신경 쓰느라 비용 부담이 늘었다.

한국 업체에 대한 중국 정부의 전기차 배터리 보조금 제한도 악재다. 중국은 세계 전기차 시장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LG화학은 ‘중국 악재’가 없었다면 올해 전기차 배터리 매출이 작년보다 60% 늘어날 것으로 봤다. 하지만 중국에서 배터리 악재가 터지면서 올해 매출 증가율을 30%로 낮춰 잡았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