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SK텔레콤은 자체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한 음성인식 스피커 ‘누구’를 내놨다. 사용자의 말을 인식해 사물인터넷(IoT)으로 연결된 기기를 조작할 수 있다. 전자업계에선 LG전자가 누구와 비슷한 ‘스마트싱큐’를 내놨다. 하지만 이들 업체가 따라잡아야 할 ‘AI 비서’ 분야의 선두 주자는 온라인 상거래업체인 아마존의 ‘알렉사’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자업체와 통신업체가 특정 사업을 놓고 다툴 것이라고 생각하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AI가 제품 및 서비스 차별화의 본질이 되면서 기업 간 경계선은 희미해지고 있다. 페이스북과 애플은 AI 경쟁력을 토대로 한 자율주행 기술을 앞세워 완성차 영역까지 넘보고 있다. 자동차 업체들도 이에 맞서기 위해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스마트폰 맥북 등을 주력 제품으로 하는 애플과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얼굴 인식 AI 기술을 놓고 각축을 벌이고 있다. 음성 인식을 넘어 개인의 얼굴을 구별하고 표정을 읽을 수 있는 AI는 스마트폰, 자동차, 가전 등과 결합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일 수 있다.

중요성을 인식한 글로벌 기업들은 AI 기술 확보를 위해 자체 개발과 함께 인수합병(M&A)을 병행하고 있다. 아마존은 지난해 이미지 자동 인식 기술을 갖춘 AI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오비어스를 인수했고, 마이크로소프트는 사용자의 습관을 분석해 문장을 빠르게 타이핑하도록 돕는 스타트업 스위프트키를 사들였다.

도요타는 실리콘밸리에 지난해 초 자체 AI 연구소인 도요타 리서치 인스티튜트를 세웠다. GM은 자율주행 기술을 보유한 크루즈오토메이션을 인수했다. AI 플랫폼 기업인 비브랩스를 지난해 인수한 삼성전자는 자체 기술 개발과 M&A를 통해 주요 기업 중 4위의 AI 경쟁력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정보기술(IT)업계 관계자는 “AI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당장 필요해서가 아니라 경쟁 업체가 인수할 것이 두려워 스타트업을 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고 말했다.

라스베이거스=노경목 기자 autonom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