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요타자동차의 AI 로봇 ‘키로보 미니’
도요타자동차의 AI 로봇 ‘키로보 미니’
A:“오늘 밤에 볼 만한 영화 뭐 있어?” B:“네가 좋아할 만한 영화가 세 편 정도 있네.”

A:“가족과 함께 보려는데….” B:“그러면 ‘정글북’ 어때? 네 장 예매할까? 표는 영화관에서 바코드로 보여주면 돼.”

구글이 지난해 자사 개발자대회 ‘구글 I/O’에서 공개한 인간과 인공지능(AI) 스마트폰의 대화다. AI 스마트폰은 사용자의 취향과 평소 자주 가는 영화관, 가족 수 등을 이미 다 알고 있다. 과거 사용자와의 대화를 통해 파악한 정보다. 사용자와 AI의 대화가 늘어나면 늘어날수록 쌓이는 데이터가 많아지고 정확도도 높아진다. AI가 알아서 사용자의 취향에 맞춰 음악을 들려주기도 한다.

오는 5일 개막하는 세계 최대 전자쇼 CES에서도 AI는 최대 화두로 떠오를 전망이다. AI 기술을 활용한 다양한 로봇 등이 전시돼 관람객을 맞을 예정이다. 앞으로 AI는 단순한 비서 역할을 넘어 스마트폰, 웨어러블 기기, 자율주행차, 가전제품 등을 하나로 묶는 핵심 플랫폼이 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CES 2017…AI 시대가 온다] 운전하다 깜빡 졸면 AI 로봇이 말을 건다 "웁스, 말동무 해줄까?"
◆AI가 바꿔놓을 인류의 삶

[CES 2017…AI 시대가 온다] 운전하다 깜빡 졸면 AI 로봇이 말을 건다 "웁스, 말동무 해줄까?"
도요타자동차는 올해 인간의 감정을 읽을 수 있는 AI 커뮤니케이션 로봇 ‘키로보 미니’를 출시할 계획이다. 10㎝ 크기의 초소형 로봇으로 운전자의 말동무가 돼준다. 자동차가 급정거하면 “웁스!”라며 놀라기도 하고, 졸린 운전자에겐 농담을 걸어 잠을 깨우기도 한다. 내장된 카메라가 운전자를 관찰해 표정을 읽는다.

페이스북이 개발한 AI 메신저 채팅로봇(챗봇)은 사람 대신 물건을 사주기도 한다. 챗봇을 통해 꽃 신발 등을 주문할 수 있고 생활정보를 얻을 수 있다. AI 음성 비서 서비스 개발에는 페이스북뿐만 아니라 애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아마존, 삼성전자 등 내로라하는 글로벌 기업이 모두 뛰어들었다.

구글이 투자한 미국 로봇회사 윌로개러지가 개발한 ‘PR2’는 스스로 학습해 집안일을 하는 AI 로봇이다. 각각의 로봇이 학습한 내용을 공유하기도 한다. 이를테면 한 로봇은 요리를, 다른 로봇은 청소하는 방법을 배운 뒤 이를 클라우드 시스템에 올려 놓는다. 이후 다른 로봇들은 클라우드를 통해 요리하고 청소하는 법을 배울 수 있다.

AI의 진화로 ‘기계를 조작한다’는 말도 사라질 전망이다. 음성으로 모든 기기를 제어하는 시대가 열리고 있어서다. 미래에는 인체 센서 등을 통해 머릿속 상상만으로도 기기를 움직이는 시대가 올 가능성이 있다.

삼성전자가 올 상반기 출시할 스마트폰 갤럭시S8에도 AI 기술이 적용된다. 음성으로 다양한 앱(응용프로그램)을 실행하게 할 뿐 아니라 TV 세탁기 냉장고 등 다양한 가전제품과도 연동할 수 있다. 이인종 삼성전자 무선사업부 개발1실장(부사장)은 “AI 스마트폰은 앱을 터치하는 방식이 아니라 음성으로 대부분의 서비스를 가능하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암 진료도 AI가

AI는 소설 쓰기 등 인간의 창작 영역까지 침투하고 있다. “나는 처음으로 경험한 즐거움에 몸부림치면서 몰두해 글을 써나갔다. 컴퓨터가 소설을 쓴 날 컴퓨터는 스스로의 즐거움을 먼저 추구하느라 인간이 맡긴 일을 멈췄다.” 이 문장은 지난해 일본에서 발표된 단편소설 《컴퓨터가 소설을 쓰는 날》 중 일부다. 저자는 인간이 아니라 AI다. 이 소설은 호시 신이치 공상과학문학상 1차 심사를 통과했다.

AI 진료도 현실이 되고 있다. 가천대길병원은 지난달 한국 최초로 미국 IBM의 암 진단 AI ‘왓슨’으로 암 환자를 진료했다.

◆AI로 공장 데이터 분석도

AI는 산업 현장에서도 널리 쓰인다. 미국 제너럴일렉트릭(GE)은 스마트 공장의 방대한 데이터를 처리하는 데 AI를 활용하고 있다. 고객 데이터도 AI로 분석해 다양한 맞춤형 서비스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미국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은 신속한 배송과 재고 효율화를 위해 AI를 활용 중이다. 특정 지역에서 잘 팔리는 물품을 분석해 가까운 물류센터에 미리 제품을 보내놓기도 한다.

아마존은 AI 기술을 활용한 무인 식료품점인 ‘아마존고’도 최근 선보였다. 소비자가 아마존고 앱을 켜고 매장 안으로 들어간 뒤 물건을 골라 나오기만 하면 알아서 계산해 비용을 청구한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