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가 내년 핑크퐁 만화영화 출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가 내년 핑크퐁 만화영화 출시 계획을 설명하고 있다. 이승우 기자 leeswoo@hankyung.com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은 유아 콘텐츠 시장의 치열함을 안다. ‘제왕’ 뽀로로와 양대산맥을 이루는 폴리, 타요 그 뒤를 잇는 코코몽, 콩순이. 조금 더 자라면 미니특공대와 파자마삼총사 등 일일이 기억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비집고 들어갈 틈도 없어 보이는 ‘레드오션’에 최근 몇 년 새 핑크색 여우 한 마리가 등장했다. ‘핑크퐁!’이라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시작하는 동영상만 틀면 울던 아이가 뚝 그친다는 입소문이 엄마들 사이에서 퍼졌다. 핑크퐁을 개발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스마트스터디는 창업 6년 만에 올해 매출 170억원, 영업이익 흑자라는 좋은 성적표를 받았다. 김민석 스마트스터디 대표는 29일 기자와 만나 스타트업이 치열한 유아 콘텐츠 시장에서 성공한 비결을 간단히 요약했다. “내가 해서 더 잘하면 됩니다. 콘텐츠 사업은 이야기를 만들어서 소비자를 만족시키기만 하면 되니까요.”

◆‘레드오션’ 뚫어낸 핑크퐁

[그래도 창업이 희망이다] "뽀통령 위협하는 '핑크퐁'의 힘…아동용 콘텐츠 매출 100억 넘어"
스마트스터디 홈페이지 첫 화면에는 “콘텐츠는 플랫폼에 구애받지 않습니다”는 문구가 써 있다. 모두 콘텐츠를 어떻게 유통할지 고민하지만, 콘텐츠 자체를 고민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그가 치열한 유아 콘텐츠 시장에 뛰어든 이유도 “더 좋은 콘텐츠를 선보일 수 있다”는 자신감에서다.

말은 쉽지만 콘텐츠를 잘 만드는 건 쉽지 않다. 개개인의 창작 수준을 평가하는 자격증이 있는 것도 아니어서 좋은 사람을 뽑기 쉽지 않다. 좋은 사람을 구해도 꾸준히 좋은 창작물을 내놓게 하는 건 또 다른 과제다.

김 대표는 일단 스마트스터디의 콘텐츠 철학을 강조했다. 유아용 콘텐츠는 “어른들도 같이 즐길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어린이를 한 사람의 엄연한 소비자로 생각한다”며 “유치하지 않게, 내가 봐도 재미있게 만든다”고 강조했다. 스마트스터디의 히트작 중 하나인 동요 ‘상어가족’은 중독성 있는 멜로디로 부모들에게도 반응이 좋다.

두 번째는 사람이다. 김 대표는 면접 때 “평소에 자기 취미 생활을 분명히 갖고 있고, 정기적으로 블로그에 결과물을 올리는 사람을 뽑는다”고 설명했다. 이런 사람들이 “소비자 입장에서 콘텐츠를 제작한다”고 했다.

마지막은 문화다. 이 회사엔 이렇다 할 출퇴근 시간도 휴가 제한도 없다. 자기 일만 하면 된다. 입사한 즉시 자기 콘텐츠를 개발할 수 있게 해 준다. 젊은 직원이 거쳐야 할 지루한 ‘도제식 수업’이 없다.

◆이야기가 좋으면 무엇이든 팔린다

요약하면 “평가받기 좋아하는 이야기꾼들이 자유로운 문화 속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는 것이다. 좋은 콘텐츠만 있다면 “어떤 형식이든 결국 잘 팔린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지금까지 스마트스터디의 실험은 성공적이다. 수십억건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한 핑크퐁 동요 동영상 외에도 사례는 많다. ‘핑크퐁 구구단 앱’은 “세 살 아이도 구구단을 외우게 해 준다”는 입소문을 탔다. 사운드북도 히트를 쳤다. 동화책에 있는 버튼을 누르면 노래나 동물 울음소리 같은 게 나오는 책이다. 스마트스터디의 사운드북(10종)은 출시 1년 만에 20만권 이상 팔렸다.

경쟁이 치열한 역할수행게임(RPG) 시장에서도 성공을 거뒀다. 이 회사가 개발한 게임 ‘몬스터슈퍼리그’는 구글 앱스토어가 선정한 ‘올해를 빛낸 핫이슈게임’으로 뽑혔다. 김 대표는 “170억원 매출 중 60억원이 몬스터슈퍼리그에서 나왔다”고 설명했다. 내년엔 핑크퐁을 주인공으로 한 만화영화와 뮤지컬을 선보일 계획이다. 키즈카페나 문화센터와 협업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지금 같은 상승세를 유지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다. 모바일 RPG 게임은 경쟁이 워낙 치열한 분야다. 꾸준히 히트작을 내는 회사는 손에 꼽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 몬스터슈퍼리그가 없었다면 매출 상승폭은 전년 대비 크지 않았을 것”이라며 “캐릭터의 힘을 바탕으로 계속 성장하는 기업으로 자리잡을지는 몇 년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