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etty Images Ban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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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는 2014년 국내에 출간된 《미움받을 용기》로 ‘아들러 심리학’ 돌풍을 일으켰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말고, 주체적으로 행복을 찾으라는 것이 아들러 심리학의 골자다. 정신의학병원 등과 협업하며 심리 상담을 해온 그는 상담을 치과 치료에 비유한다. 이가 너무 아파서 치과를 찾아간 환자에게 의사가 양치질을 제대로 했는지 따지는 건 별 도움이 안 된다는 것. 환자는 약을 받거나 썩은 부위를 긁어내 빨리 통증에서 해방되길 원한다.

이런 이유로 그는 상담자의 하소연에도 쉽게 위로를 건네지 않는다. 그간 쌓인 감정을 풀어놓게 하려고 많은 시간을 쓰지도 않는다. 무조건 ‘당신 탓이 아니다’며 외부 요인에 책임을 돌린다면 그 사람의 인생은 상담 전이나 후나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 대신 “앞으로 어떻게 하고 싶은가요”라며 개선책을 함께 고민한다.

[책마을] '미움받을 용기' 넘어…이젠 날 사랑할 때
《나를 사랑할 용기》도 그런 책이다. 모든 문제에 대한 근본적인 원인을 찾아내려 애쓰지 않는다. 대신 지금 당장 일상에서 겪고 있는 어려움을 이겨낼 방법을 얘기한다. 저자는 문제의 원인을 과거의 트라우마나 선천적 한계, 사회구조 등 외부에서 찾지 말라고 조언한다. 그런 요인이 하찮아서가 아니다. 그는 “내가 해결할 수 없는 부분은 과감히 포기하고, 지금 바꿀 수 있는 부분을 변화시켜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아들러에 따르면 현대인은 모든 이들에게 인정과 사랑을 받고 싶어 하기 때문에 행복해지기 어렵다. 타인에 대한 의존이 커지면 자기 삶을 자유롭게 살아가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런 의존성을 벗어나 자립하려면 자신을 사랑할 줄 알아야 한다. “나를 사랑할 용기를 내야 한다”고 그가 강조하는 이유다.

이치로는 “나를 사랑해야 함을 알면서도 그렇지 않은 것은 어떤 결과를 정당화시키기 위해 자신을 사랑하지 않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이라고 꼬집는다. 이런 사람들은 타인이 수긍할 만한 이유를 찾아 그 뒤에 숨으려 한다. 자기의 성격이나 외모, 가정, 운 등을 탓하며 일이 안 풀릴 때마다 핑계를 내세운다는 얘기다. 그러면 문제를 해결할 동기를 얻지 못하게 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들이 더 큰 문제를 초래하는 악순환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저자는 인간관계를 둘러싼 88가지 고민과 그에 대한 답을 소개한다. 가족, 친구, 직장 사람들 등 다양한 소재를 아우른다. 청년과 중년, 노년기를 주제로 각 시기에 맞닥뜨릴 만한 문제를 모았다. 라디오의 청취자 사연처럼 쉽게 읽힌다. 은유 대신 짧고 간결한 문장으로 아들러 심리학의 핵심을 전달하는 저자의 설명이 돋보인다.

갖가지 상황마다 스스로를 중심에 두라고 저자는 조언한다. 이런 고민을 털어놓은 사람도 있다. “다른 사람이 날 어떻게 생각할지 신경쓰여서 속마음을 제대로 말하지 못합니다. 친구가 만나자고 하면 집에서 쉬고 싶어도 나가요.” 저자의 조언은 간단하다. “타인의 평가는 당신의 과제가 아니다. 당신은 함께 놀지만 (스스로) 결정하면 된다. 상대가 싫어한다면 그것은 상대방의 문제다.”

다른 사람들과 의견이 엇갈려 진로를 결정하기 어렵다는 사람에겐 “타인의 권유나 간섭에서 벗어나 스스로 판단하고 생각하라”고 말한다. 수동적인 자세에서 벗어나라는 것. 남의 말에 따라 행동하면 자기 책임은 줄어든 기분이 들고, 그래서 나쁜 결과가 빤히 보여도 겉으론 체념하듯 받아들이기도 한다는 얘기다.

저자에 따르면 나이를 먹는다고 자동으로 어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자신의 가치를 스스로 결정해야 어른이다. 자기중심적인 생각에서도 벗어나야 한다. 나의 가치를 남이 결정짓지 않듯, 나의 기대를 채우기 위해 타인이 존재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