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똘똘 뭉친 중국 지도층 '혁신 굴기' 이끈다
좀 거칠게 말하자면 중국은 ‘짝퉁 대국’이다. 자동차, 전화기는 물론 무기, 가구, 심지어 노르웨이산 훈제연어도 짝퉁으로 만들어낸다. 서구인들이 중국 하면 혁신과 질보다는 짝퉁과 싸구려 제품을 연상하는 이유다. 하지만 이게 다는 아니다. 중국의 혁신 노력이 엄청나기 때문이다. 2012년 중국의 연구개발 예산은 1981억달러로 일본보다 많았다. 유럽연합의 절반에 해당하는 액수다. 혁신적인 중국 기업도 많다. 2013년 포브스는 중국 검색엔진 바이두를 세계 6위 혁신기업으로 선정했다. 2014년 패스트컴퍼니 혁신기업 순위에서 샤오미는 3위를 차지했다. ‘메이드인 차이나’가 혁신과 질 좋은 상품의 상징이 될 수도 있다는 얘기다.

《중국의 미래》는 이처럼 중국에 대해 사람들이 갖고 있는 49가지 편견과 오해, 통념의 이면을 짚으면서 중국의 미래를 예측한 책이다. 저자들이 노르웨이 국방부의 중국 전문가라는 점이 뜻밖이다. 마르테 셰르 갈퉁은 중국 분석가고, 스티그 스텐슬리는 아시아 분과장이다. 이들은 정치, 경제, 문화, 역사, 대외관계 등 다각도로 현대 중국에 관한 통념을 짚어나간다.

중국인 공산당이 지배하는 일당제 국가다. 그래서 베이징의 중앙정부가 나라 전체의 정치적 결정을 독점하고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지시대로만 움직일까. 저자들은 “중국의 중앙과 지방 간 관계는 생각보다 훨씬 더 복잡다단하다”고 지적한다. 최고지도층이 신처럼 어디에나 존재하지만 신처럼 전지전능한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국가적 주요 사안 외에는 각 성이 고유한 의제와 이익을 추구할 자율성을 상당히 누리고 있다는 얘기다.

중국은 공산정부 수립 이후 숱한 숙청을 겪었다. 그런데도 대중에게 공개된 고위층의 갈등은 놀라울 정도로 적다. 어째서 그럴까. 공산당 고위층이 응집과 결속력을 유지하는 것은 집단지도체제라는 이상을 대변하는 여러 규범 때문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능력에 기반한 엘리트 순환체제, 중요한 결정을 내리기 위한 논쟁은 격렬해도 일단 정해지면 모두 따르는 내부 기강도 결속력 유지의 비결이다.

중국이 세계를 사들이고 있다는 건 사실일까. 저자들은 중국의 해외 투자를 탐욕스러운 ‘기업 사냥’으로 보는 시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오히려 중국을 바라보는 서구인의 두려움이 지나치다고 지적한다. 중국은 무역을 통해 돈을 벌고 있고 그중 일부를 외국 실물자산 구입에 쓰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는 것. 다만 서구 기업이 쉽게 팔 수 있는 유동증권을 사는 데 비해 중국 기업은 유동성이 극히 적은 공장과 실물자산을 산다는 것이라고 저자들은 설명한다.

저자들은 중국에 대한 서구의 시각이 역사적으로 ‘애호’와 ‘혐오’를 오갔던 데 주목하면서 사실에 기반해 미래를 예측한다. 중국이 공산주의 체제를 유지한다고 해서 옛소련처럼 붕괴하지는 않을 것이며, 중국과 미국의 전쟁 가능성도 극히 낮다고 주장한다. 위안화가 달러화를 제치고 세계 경제를 주도할 가능성도 매우 낮다고 말한다. 위안화가 달러를 위협하려면 중국 정부가 신속히 자본시장을 개방해야 하기 때문이다. 21세기는 중국의 시대가 될 것이라는 역사학자 니얼 퍼거슨의 전망도 부정한다. 수십년간 세계 2위 경제대국이었던 일본이 경제력을 패권으로 바꾸지 못했듯, 중국도 ‘소프트파워’가 부족해 다른 나라의 호감을 살 만큼 매력적인 나라는 되지 못할 것이라고 선을 긋고 있다.

강경태 < 한국CEO연구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