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트럼프 파고' 동남아 시장서 돌파구 찾아야
과거에 비해 힘이 약해졌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세계경제를 주도하고 있는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는 세계 통상질서에 상당한 변화를 불러올 수밖에 없다. 트럼프 시대의 출현은 지금까지의 글로벌화된 통상시대에서 일국(一國) 중심적 통상질서로의 개편을 강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트럼프 시대에 예상되는 경제정책을 보면, 1조달러에 달하는 인프라 투자를 단행하고 법인세를 포함한 세금 인하와 규제철폐를 통해 경제를 활성화하는 동시에 대외적으로는 양국 간 협상을 중심으로 통상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구상이다. 통상전략 재편의 대상이 되는 국가는 당연히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국이 될 것이다. 그 첫 번째 표적은 최대의 대미 흑자국인 중국이다. 한국에도 이미 발효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의 부분적 수정을 요구하겠다고 한다. 이런 미국의 통상정책 변화로 무역의존도가 높은 한국 경제는 큰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미국의 통상전략 변화로 한·미 양국 간 통상관계는 상당히 바뀔 것이다. 미국은 자동차, 법률시장, 농축산물 등을 주요 표적으로 해 한국의 대미 흑자 축소를 압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음으로는 중국의 대미 수출품에 45%의 관세를 추가하면 중국 경제가 상당히 타격을 받게 될 것이며 이에 연동해 한국의 대중 수출도 심각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이런 식의 통상질서 변화는 세계경제 전체의 통상질서를 변화시킴으로써 자유무역질서의 상당한 약화를 초래할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 경제로서는 이런 변화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가. 먼저, 트럼프 시대의 미국 경제는 전술한 바와 같이 대규모 인프라 투자, 세금 인하 및 규제철폐를 통해 활성화될 것인데 지금도 완전고용 상태이므로 임금인상이 발생할 것이고 제반요소 가격의 상승으로 물가도 급속히 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결국 미국 입장에서는 미국 경제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을 보강하는 식의 수입 증가는 허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 생산과정에 필요한 부품·소재나 인프라 건설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하는 애로기술 부문 등을 중심으로 수입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소비재도 초과수요 발생으로 인해 가격이 급등하는 부문을 중심으로 수입이 늘어날 것이다. 요컨대 대미 통상관계에서는 상대가격 관계에 기반한 교역보다는 미국 경제의 취약부문을 보완하는 산업 구조적 접근이 필요하다.

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이 강도를 더해가면서 중국의 대미 통상은 위축될 것으로 전망된다. 중국은 대미통상 위축을 보완하기 위해 ‘일대일로(一帶一路)’ 구상에 따라 유라시아와의 교역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보인다. 중국 경제는 공급과잉으로 강력한 구조조정이 요구되는 상황이어서 미국이 통상압력을 가해 오면 상당한 타격을 입을 것으로 우려된다. 전체 수출의 25%가 향할 정도로 중국 경제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한국 경제에도 여파가 클 수밖에 없다. 당연히 중국 이외 지역에 대한 교역을 늘리는 대책을 수립해야 한다.

먼저 동남아 경제와의 관계를 지금보다 확대해 나가야 한다. 우리의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인프라 건설 및 자원개발 등의 분야에 파고들어 우리가 주도적으로 그들의 잠재수요를 현재적 수요로 창출함으로써 예상되는 대중 무역 축소분을 메울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 그들 국가와의 구상무역을 확대하는 전략도 구사할 필요가 있다.

요컨대 트럼프 시대의 불확실성에 직면한 한국 경제로서는 가격 메커니즘에만 구애받지 말고 주요 통상국가의 산업구조를 면밀히 분석해 이들의 취약부문에 파고드는 접근을 해야 한다. 특히 동남아 및 남미 등의 국가에는 외환보유액 활용과 구상무역 방식을 통한 교역이 요구된다.

이종윤 < 한일경제협회 부회장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