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난세를 이기는 도쿠가와 이에야스 리더십 >>
(1)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 도쿠가와 성공 비결은
난세를 이기는 도쿠가와 리더십 (1)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 도쿠가와 성공 비결은
요즘 출판가에는 매서운 북풍이 불고 있다. 디지털 시대를 맞아 독서인구가 줄고 있는 데다 경기침체로 애독자마저 책 구매를 줄이고 있는 탓이다. 출판업계에서 중소 출판사들의 도산 소식은 이제 뉴스거리도 아니다.

출판업계의 불황 속에 이변을 일으키고 있는 책이 있다. 21세기북스가 2010년에 펴낸 ‘기다림의 칼’(야마모토 시치헤이 지음)이다. 일본에서 난세였던 전국시대를 통일시킨 3대 영웅 중 최후의 승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일대기를 다룬 단행본이다.

책이 절판돼 교보문고 등 전국 주요 대형서점에서 새책은 구할 수 없다. 하지만 찾는 사람들이 많아 알라딘 등 중고서적 사이트에서 인기가 치솟고 있다. 새책 값이 2만5000원이지만, 중고책이 4만~15만 원에 팔린다. 최근 한국 경제가 어렵고, 정국이 혼란해지면서 일본의 난세를 평정한 도쿠가와로부터 지혜를 얻으려는 사람들이 많기 때문이다.

30년째 출판사를 경영하고 있는 김용주 중앙경제평론사 사장은 “출판계 불황 속에 중고책이 정가의 3~4배에 팔리는 것은 흔치 않은 사례” 라면서 “내년 대선 정국을 앞두고 정가에서 혼란이 이어지면서 난세의 영웅인 도쿠가와 이에야스에 대한 관심이 많은 것 같다”고 말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1542~1616)는 누구인가. 그는 일본 역사상 가장 파란만장했던 전국시대를 ‘인내’와 ‘기다림’으로 살아남았다. 17세에 첫 전투에 나가 74세에 맞은 오사카 여름전투까지 58년을 전장터에서 보낸 일본을 대표하는 무장이다. 생애의 대부분을 진짜 실력을 감추고 2인자 지위에 머물다가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를 누르고 최후의 승자가 됐다.

도쿠가와 이에야스는 어린 시절 오다 가문에 이어 이마가와 가문에서 인질생활을 했다. 전국시대의 일본 통일의 문을 연 오다 노부나가와 사실상 패권을 잡은 도요토미 히데요시 밑에서 묵묵히 힘을 길렀다. 도요토미 히데요시가 사망한 후 세키가하라 전투를 통해 사실상 정권을 잡았다. 도쿠가와막부를 열어 메이지유신(1868년)까지 약 260여 년에 걸쳐 평화 시대를 열었다.

일본인들은 전국시대의 3대 영웅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를 무척이나 좋아한다. 이들 3인 중에서도 압도적으로 도쿠가와의 인기가 높다. 인내와 기다림을 미덕으로 꼽는 일본인들의 기질과도 가장 잘 맞기 때문일 것이다.

흔히 인구에 많이 회자되는 얘기가 있다. “울지 않은 새를 어떻게 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세 장수들의 대응법을 다룬 내용이다. 성질이 불같은 맹장인 오다는 “바로 목을 친다”, 지장인 도요토미는 “모든 수단을 동원해 울게 만든다”, 덕장 스타일의 도쿠가와는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대처법으로 설명된다. (사실 도쿠가와도 적을 이기기 위해 온갖 전략을 썼으며, 권모술수에도 매우 능했다.)

평생을 전장터에서 보낸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유훈집 내용도 일본인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그의 유훈을 평생의 좌우명으로 새기고 사는 경영자나 정친인들도 적지 않다. 에도막부를 연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후계자들에게 남긴 유훈은 지금도 일본인들에게 많은 영감을 준다.

58년간 목숨을 걸고 전장터를 누비고, 마침내 일본 천하를 손에 쥔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가 남긴 유훈 중에는 ‘인내’를 강조한 글귀들이 유난히 많다. “사람의 일생은 무거운 짐을 지고, 먼길을 가는 것과 같다. 절대로 서둘러서는 안 된다.” 그의 일대기를 다룬 위인전이나 소설 등의 첫 머리에 항상 나오는 내용이다. 필자는 다음 내용도 아주 좋아 한다. “인생에 짐은 무거울수록 좋다. 그래야 인간이 성숙해진다.”

살기 위해서 신하가 영주를 죽이고, 동생이 형을 배신했던 잔혹했던 혼란의 시대. 힘 없는 작은 성의 영주의 아들로 태어나 온갖 수모를 겪은 뒤 결국은 일본 전국시대 최후의 승자가 된 도쿠가와 이에야스. 그가 태어나 자라 일본을 통일하는 일대기를 그려봅니다. 2편을 기대해주세요.

글: 최인한 한경닷컴 대표 janus@hankyung.com
그림: 이재근 한경닷컴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