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은행이자 이탈리아 3대 은행인 몬테데이파스키디시에나(BMPS)의 민간 자본 확충 마감 시한이 코앞으로 다가왔다. 민간에서의 투자 유치에 실패할 것을 대비해 이탈리아 정부는 부실은행 지원을 위한 200억유로(약 24조8000억원) 추가 차입 승인안을 의회에 요청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늦어도 22일에는 BMPS에 요구되는 50억유로 규모의 민간 자금 확충이 가능할지 파악될 것”이라며 “이탈리아 정부는 구제금융까지 준비하고 있다”고 21일 보도했다. 이달 초 BMPS 이사회는 유럽중앙은행(ECB)에 25일까지인 자본 확충 기한을 내년 1월 중순으로 연장해달라고 요청했다. ECB는 2주 시간을 더 주더라도 사정이 호전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 이를 거절했다.

이에 따라 BMPS는 21일까지 자사의 후순위채권을 가진 개인들이 채권을 주식으로 전환할 수 있도록 하고, 22일까지는 투자자들로부터 신주 발행을 위한 주문을 받기로 했다. 이 과정에서 50억달러 자본이 마련되지 않으면 BMPS는 사실상 정부의 구제금융을 받아야 하는 상황에 내몰린다.

이탈리아 정부는 구제금융만큼은 피하려 하고 있다. 이탈리아 정부가 BMPS에 구제금융 자금을 투입할 경우 민간 채권자에게 먼저 손실을 부담시키는 유럽연합(EU)의 ‘베일인(bail-in)’ 원칙 때문이다. 약 4만명에 달하는 개인 예금자도 피해를 볼 것으로 추산된다.

FT는 금융 시스템에 대한 신뢰도 하락과 오성운동 등 포퓰리즘(대중인기영합주의) 정당의 부상도 정부에 큰 부담이라고 분석했다.

BMPS는 카타르투자청에 10억유로 규모의 투자를 요청했으나 지난 4일 개헌 국민투표 부결로 정치적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이마저도 어려워졌다. 카타르투자청은 BMPS의 투자 요구에 명확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 다른 투자자들도 회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BMPS가 자본 마련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파올로 젠틸로니 이탈리아 총리는 19일 의회에 부실은행 지원을 위한 200억유로 추가 차입을 승인해달라는 정부안을 제출했다. 의회는 정부 요구안을 늦어도 22일 표결에 부칠 예정이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