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100만원 '삼성반'·'현대차반' 취업학원까지
고려대 4학년 김모씨(25)는 며칠 전 기말고사가 끝나자마자 서울 강남의 한 취업학원에 등록했다. 1주일에 두 번씩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종일 수업을 받는 종합반을 선택했다. 김씨는 “1주일에 최소 이틀은 대기업 취업 준비에 전념할 계획”이라며 “한 달 학원비가 54만원에 달하지만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아깝지 않다”고 말했다.

겨울방학을 앞두고 취업학원이 수강생을 적극 모집 중이다. 21일 학원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서울 강남, 신촌 등에 있는 취업학원이 ‘취업 종합반’을 개강한다. 2010년대 초부터 등장한 취업학원은 서울에만 최소 10여곳이 운영 중이다.

방학 기간엔 학원마다 15개 안팎의 종합반이 운영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종합반 수강료는 월 25만~100만원 선이다. 한 취업학원 관계자는 “대학 4학년생이나 취업 재수생이 대부분이지만 3학년생도 수강생의 10% 정도 된다”며 “취업도 남들보다 미리 준비하는 추세로 변하고 있다”고 했다.

학원 강사는 주로 자기소개서와 인적성검사(필기시험), 면접까지 종합적으로 지도한다. 강사는 주로 대기업 인사팀 출신이다. 학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기업이 선호할 만한 ‘인생 스토리’를 만들어주고 문장을 다듬어준다. 면접 강의에서는 자연스러운 표정과 화법, 적절한 단어 사용법 등을 주로 가르친다. ‘다·나·까’로 끝나는 군대 화법을 어느 정도 써야 면접에 승산이 있는지, 회사와 직무별로 옷은 어떻게 입어야 하는지 등도 조언한다.

본격적인 공채 시즌이 시작되는 3월에는 ‘삼성반’ ‘현대차반’ 등 기업별 맞춤 강의가 열린다. 삼성그룹 공채를 대비하는 ‘삼성반’은 삼성 인력개발원에서 강의한 경험이 있는 강사가 기업 자료와 인성 평가 가이드를 제공한다. 기업의 역사는 물론 계열사별 이슈에 관한 강의도 포함돼 있다.

학원이 실제 취업에 도움이 되는지 의견은 분분하다. 한 시중은행에 취업한 김모씨(25·인하대)는 “신촌 취업학원에서 면접 직전 목소리, 스피치 트레이닝을 받고 모의면접을 세 번 하는 176만원짜리 특강을 들어 조금이나마 효과를 본 것 같다”고 했다. 반면 삼성전자에 취업한 이모씨(26·성균관대)는 “취업난이 심각하다고 해도 학원까지 가야 하는지 의문”이라며 “학원을 다닌 친구들 대부분이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한다”고 했다.

조아란/박상용 기자 arc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