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키아, 모토로라, 블랙베리. 과거 세계 휴대폰 시장에서 꾸준히 ‘톱5’에 이름을 올리며 영향력을 자랑하던 이들 브랜드에는 또 하나의 공통점이 생겼다. 지난 1~2년간 중국 대만 등 중화권 업체에 브랜드가 넘어가거나 생산시설이 옮겨진 회사다.

한때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던 원조 휴대폰 명가들이 줄줄이 중국 기업에 넘어가고 있다. 중국이 세계 스마트폰 제조의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삼성전자를 제외하고는 애플 화웨이 오포 비보 등 글로벌 톱5 스마트폰 브랜드가 모두 중국을 핵심 생산기지로 활용하고 있다.
노키아·블랙베리폰도 'Made in China'
TCL, 블랙베리 브랜드 인수

캐나다 스마트폰업체인 블랙베리는 지난 17일 중국 가전업체 TCL에 브랜드 로고 등의 사용권을 넘기는 라이선스 계약을 맺었다. 블랙베리는 지난 9월 스마트폰 하드웨어 사업을 철수하고 소프트웨어에 집중하겠다는 전략을 발표했다. 한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즐겨 사용해 ‘오바마폰’으로도 불리던 블랙베리가 중국 업체가 개발·판매하는 휴대폰이 된다.

TCL은 중국 대표 전자회사로 2004년에는 프랑스 알카텔의 휴대폰사업부를 인수하기도 했다. 북미 시장에서 알카텔 브랜드로 스마트폰을 판매하며 시장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3분기 북미 스마트폰 시장에서 9%의 점유율로 LG전자에 이어 4위에 올랐다. 블랙베리 브랜드를 앞세워 글로벌 시장 공략을 강화할 것이란 예상이 나온다.

2011년까지 세계 휴대폰 시장의 황제로 군림하던 노키아는 대만 훙하이정밀(폭스콘)을 통해 새롭게 태어날 예정이다. 폭스콘은 5월 자회사인 FIH모바일을 통해 노키아 휴대폰사업부를 핀란드 업체 HMD글로벌과 함께 인수했다. 스마트폰 개발은 HMD글로벌이, 생산은 폭스콘이 담당한다. 폭스콘의 생산 공장은 중국 선전 등에 있다. 폭스콘은 내년 2월 스페인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 2017’에서 노키아 스마트폰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회사는 애플 아이폰 생산업체로도 유명하다.

중국 업체들의 발 빠른 성장

중국 레노버는 2014년 구글에서 인수한 모토로라를 통해 프리미엄 스마트폰 사업을 키우고 있다. 모토로라는 과거 노키아와 함께 휴대폰업계의 양대 산맥으로 불렸다. 피처폰(일반 휴대폰)에서 스마트폰으로 재편되는 시장 변화에 적응하지 못하며 2011년 구글에 매각됐다. 구글이 자체 스마트폰 사업 계획을 축소하며 3년 만에 레노버로 주인이 다시 바뀌었다.

레노버는 IBM의 PC사업부를 인수해 단숨에 글로벌 1위 PC 업체로 떠오르기도 했다. 모토로라 브랜드로 북미 시장 등을 집중 공략해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화웨이 오포 비보 등의 성장세도 가파르다. 이들 기업은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나란히 3~5위를 차지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가트너는 “올해 글로벌 스마트폰 시장에서 가장 성공적인 브랜드는 오포와 비보”라고 분석했다.

안정락 기자 jr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