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게임, 중독 아닌 몰입 관점서 바라봐야
2014년 게임업계에는 충격적인 소식이 많았다. 페이스북이 게임 기술기반 가상현실(VR)업체 오큘러스를 2조5000억원에 사들였고, 마이크로소프트는 마인크래프트라는 북유럽의 인디 게임을 2조5000억원에 인수했다. 세계 정보기술(IT)산업을 이끌어가는 그들이 이런 게임 관련 기술과 콘텐츠를 인수한 이유는 게임의 차원이 다른 몰입감과 무한한 확장 가능성 때문이다.

게임은 TV와 영화 같은 영상기반 매체이지만 사람이 컨트롤러를 통해 화면 속 대상을 마음대로 움직이는 상호작용이 가능하다는 점이 다르다. 그리고 이를 통해 콘텐츠를 변화하고 발전시킨다. 이것은 낚시나 바둑, 스포츠 등 다른 오락 및 여가활동의 근본 속성과 비슷하다. 이런 특징 때문에 게임은 남다른 몰입감을 제공한다.

이런 게임 기술들은 기존 한계를 극복하는 방법으로 곳곳에서 활용된다. 게임의 강한 몰입감과 상호작용을 심리치료에 적용하는 연구가 진행 중이며, 영화에도 게임의 기술이 쓰이고 있다. 또 가상현실, 증강현실이 미래를 이끌어갈 IT로 주목받으면서 상호작용과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게임기술에 대한 연구와 투자가 활발해지고 있다. 해마다 국제적인 게임쇼에서는 다양한 게임 관련 업체들이 좀 더 몰입도 높고, 현실감 있는 플레이를 위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 기술을 계속 발표하고 있다.

그에 비해 우리나라의 게임 인식은 여전히 야박하다. 공부를 방해하는 ‘전자오락’이라는 인식과, 게임을 중독물질로 취급하는 움직임은 게임기술을 연구개발하는 사람들에게 죄책감을 느끼게 하고, 국내 게임산업 전반을 위축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마치 도박과 비슷한 음지의 산업 취급을 받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인식이 개선되지 않는다면 앞으로 한국에서 제작되는 게임은 그런 전자오락들만 남게 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올해 대한민국 게임백서 통계에 따르면 게임업체 세 곳의 매출이 게임업체 매출 상위 20여곳 매출의 60%를 차지한다. 또 다른 보고서는 역할수행게임(RPG)만 시장비중이 점점 늘어나는 현실로, 참신하고 다양한 게임을 개발하는 중소업체들의 여건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는 결과 등이 이를 간접적으로 증명하고 있다.

이를 개선하려면 게임을 ‘중독’이 아니라 ‘몰입’의 관점으로 보는 게 필요하다. 나아가 게임 기반기술을 현실과 비슷한 환경을 구현하고 몰입을 제공하는 미래기술로 인식하고 지원해야 한다. 소비자들이 적극적으로 게임 콘텐츠를 비평하고 토론하는 문화도 필요하다. 이를 통해 다양한 장르와 형태의 게임이 주목받을 수 있을 것이며, 영화나 음악처럼 다양한 콘텐츠로 발전할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한국 게임계에 싹트고 있는 또 다른 씨앗에도 주목해야 한다. 인디라 불리는 소규모 게임 창작자들이 열악한 환경에서도 자신만의 개성이 담긴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다. 지난 9월에 이들이 모인 부산인디커넥트(BIC) 페스티벌 행사에서는 시리아 난민 사태와 같은 국제적 문제를 다루는 진지한 게임에서부터, 게임 컨트롤러를 이용한 단체 야외놀이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게임들을 선보였다. 청소년과 학생뿐만 아니라 가족 단위로도 방문해 색다른 인디 게임들을 체험하며, 기존의 게임에 대한 인식을 바꾸는 기회를 주기도 했다.

게임 기술은 앞으로 사람의 예상을 뛰어넘는 단계로 발전할 것이다. 그렇기에 이젠 게임기술의 미래가치에 주목하며, 게임이 가져다줄 상상 이상의 경험을 기대하고 활용할 때다. 그럴 경우 게임은 우리의 삶을 풍부하고 개성 넘치게 해줄 수 있는 다양한 콘텐츠들로 화답할 것이다.

이득우 < 인디게임디벨로퍼파트너스 대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