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릴레이 하다간 간 지쳐요…술자리 장시간 양반다리는 척추에 독
연말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고 다가오는 새해를 잘 맞이하자는 의미에서 술자리가 늘어나는 시기다. 술을 마시면 가장 직접적으로 영향을 받는 기관이 간이다. 간이 알코올을 해독하는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알코올은 척추 건강에도 영향을 준다. 좌식 음식점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척추가 약해질 수 있다. 술자리에서 칼로리 높은 음식을 많이 먹으면 비만 위험도 커진다. 겨울철 간과 척추 건강을 지키는 방법 등에 대해 알아봤다.

간암의 10%는 음주 때문

음주릴레이 하다간 간 지쳐요…술자리 장시간 양반다리는 척추에 독
간암의 주된 원인 중 하나는 음주다. 술은 간암 발병 원인의 10% 정도를 차지한다. 간은 체내 단백질과 영양소를 합성해 저장하고 알코올 등 유해물질을 해독한다. 술을 지나치게 마시면 간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과음을 하면 간에 지방질이 쌓이는 지방간도 생길 수 있다. 이 같은 상태가 계속되면 간경변이 생기기 쉽다. 간이 나빠지기 전에는 별다른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다. 침묵의 장기로 불리는 이유다. 평소보다 피로감이 심하거나 소화불량, 오른쪽 윗배의 거북감 등 이상징후가 생기면 병원을 찾아 전문의 진료를 받아야 한다. 정진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 과장은 “간 건강을 지키기 위해 지나친 음주를 삼가고 평소 간 수치 검사 등을 주기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알코올과 함께 각종 바이러스성 간염도 만성 간 질환의 주 원인이다. 국내에 가장 널리 알려진 간염인 B형 간염이 대표적이다. 주사기 재활용 등으로 대규모 감염사태가 발생한 C형 간염, 급성질환인 A형 간염 등도 간 건강을 해치는 원인으로 꼽힌다. A형 간염은 일반적인 감염병과 비슷하게 고열 식욕감퇴 황달 등의 증상을 보인다. 피로감 소화불량 등 상대적으로 가벼운 증상이 나타나거나 무증상으로 진행되는 환자가 많다. B형 간염이나 C형 간염은 간암 간경변 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정기검진을 통해 조기 발견하는 것이 중요하다. 각종 간 질환을 막기 위해서는 술을 적당히 마셔야 한다. 평소 개인위생수칙을 지키고 예방접종을 하는 것도 바이러스성 간염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 정 과장은 “간에 무리를 줄 수 있는 과음과 흡연, 과로 등은 피해야 한다”며 “B형, C형 간염은 혈액을 통해 전파될 수 있기 때문에 무면허 시술 등을 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늘어나는 술자리, 척추 건강도 위협

겨울철 잦은 술자리로 인해 척추 건강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국내 척추질환자는 가파르게 늘고 있다. 고령화, 스마트폰 등 각종 정보기술(IT) 기기 사용으로 인한 잘못된 자세, 운동량 감소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척추질환자는 매년 겨울이 되면 급증한다. 지난해 척추질환으로 병원을 찾은 환자는 월평균 66만8000명이었는데 1월과 2월에는 이보다 1.9배 많은 126만3000여명이었다.

겨울에 척추질환자가 늘어나는 것은 빙판길이 많아 낙상 사고를 당하는 사람이 많고 여름에 비해 겨울 스포츠가 격렬한 것 등이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김장이나 설 명절에 집안일이 늘어나는 것도 원인으로 꼽힌다. 전문가들은 연말연시 술자리가 잦은 것도 척추 건강을 위협한다고 지적한다. 김상돈 해운대자생한방병원장은 “술자리에서 나쁜 자세로 오래 앉아있다 보면 척추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다”며 “평소 요통이 있었다면 가급적 절주하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알코올은 디스크에 혈액이 공급되는 것을 방해한다. 체내에 알코올이 들어오면 우리 몸은 알코올을 분해하기 위해 많은 단백질을 사용한다. 이때 근육이나 인대에 필요한 단백질이 알코올 분해에 사용되면서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과 인대가 약해질 수 있다. 알코올이 분해되며 생기는 아세트알데히드도 원인으로 꼽힌다. 아세트알데히드는 음주 후 구토나 두통 등의 증상을 유발하는 독성물질이다. 근육통의 원인이 된다. 아세트알데히드가 척추나 관절로 가는 혈액 흐름과 영양 공급을 방해해 각종 척추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이 때문에 평소 요통이 있는 사람은 술자리가 끝나고 난 다음날 허리 통증이 더 심해졌다고 느끼게 된다.

스트레칭으로 척추 긴장 풀어줘야

현대인은 하루 종일 책상 앞에서 고정된 자세로 장시간 일하는 시간이 많다. 틈틈이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보는 등 허리와 목에 부담이 커져 척추가 약해지기 쉽다. 술자리에서도 척추에 가는 부담은 늘어난다. 회식 등을 위해 찾는 식당은 좌식테이블인 곳이 많다. 송년회 시즌에는 추운 날씨 때문에 척추 주변 인대와 근육이 수축돼 있다. 딱딱한 바닥에서 오랫동안 양반다리 자세를 유지하며 술을 마시면 척추 건강에 독이 된다.

양반다리 자세를 하면 한쪽 다리가 반대쪽 다리 위로 올라가는 자세를 하게 돼 몸의 하중이 고관절 발목 엉덩이 허벅지 등에 집중된다. 이런 자세가 지속되면 골반 비대칭이 생겨 척추를 지지하는 척추기립근과 골반근육이 긴장하게 되고 근막염증, 인대 손상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송년회가 끝난 뒤 허리나 엉덩이, 허벅지에 통증을 호소하는 이유다. 술자리에서 척추 부담을 줄이려면 양쪽 다리를 번갈아 가며 자세를 바꿔주고 틈틈이 스트레칭을 해 긴장을 풀어주는 것이 좋다. 여건이 되면 허리를 지탱해줄 수 있는 등받이가 있는 좌식의자를 사용하는 것이 좋다. 무릎을 펴고 앉는 것도 도움이 된다.

술자리에서 안주 등을 많이 먹으면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술안주는 대부분 칼로리가 높기 때문에 체지방이 쌓이기 쉽다. 단기간에 비만으로 이어질 수 있다. 내장지방이 늘면 척추와 디스크가 받는 압력도 증가해 각종 척추질환의 원인이 될 수 있다. 김 병원장은 “복부에 지방이 쌓이면 허리를 지탱하던 근육이 줄고 체중이 앞쪽으로 쏠리게 된다”며 “척추만곡이 정상보다 앞으로 나오는 척추전만증이 발생할 수 있는데 이것이 지속되면 추간판탈출(디스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술자리에서는 저칼로리 고단백 위주의 안주를 먹고 최대한 음주량을 줄여 건강을 지켜야 한다는 설명이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

도움말=정진용 에이치플러스 양지병원 소화기병센터 과장, 김상돈 해운대자생한방병원 병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