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졸중과 안면마비, 이마 주름으로 구별"
얼굴에 마비가 오는 안면마비는 찬바람을 쐬면 생기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계절과 나이에 상관없이 누구에게나 생길 수 있는 질환으로 초기에 적절히 치료하면 회복할 수 있다. 안면마비와 증상이 비슷한 뇌졸중, 귀 주변에 생기는 대상포진과 질환을 구분해 빨리 치료하는 것이 중요하다.

조대현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통증센터 교수(사진)는 “안면마비와 뇌졸중을 가장 쉽게 구별하는 방법은 이마 부위 근육의 마비 여부”라며 “안면마비는 이마 주름을 잡을 수 없지만 뇌졸중에 의한 중추성 안면 신경마비는 이마에 주름을 잡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환자가 이마 주름을 잡을 수 있는지 없는지를 토대로 안면마비와 뇌졸중을 구분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안면마비가 생기면 한쪽 얼굴에 마비가 와 입이 비뚤어지고 눈이 잘 감기지 않는다. 물을 마시거나 음식을 먹을 때 마비된 쪽으로 물과 음식이 새어 나와 불편을 겪게 되고 대인기피증 등이 생기기도 한다. 안면마비가 생기는 원인으로 알레르기, 바이러스, 염증, 혈관 경련 등 다양한 것들이 추정되고 있지만 아직 정확한 원인은 밝혀지지 않았다. 이 때문에 치료도 증상을 완화하는 대증요법이 대부분이다. 안면마비 환자의 60~70%는 한 달 반 정도 시간이 지나면 저절로 회복된다. 종종 1년 이상 증상이 지속되는 등 회복이 되지 않아 오랜 시간 고생하는 일도 있다. 따라서 초기에 치료를 받는 것이 중요하다.

안면마비가 오면 가장 먼저 의심할 수 있는 질환은 뇌졸중이다. 안면마비는 뇌에서 나오는 안면신경 이상으로 생기기 때문에 뇌 자체의 혈류장애로 생기는 뇌졸중과는 차이가 있다. 흔하지는 않지만 중추성 안면신경계 이상으로 안면마비가 오는 환자도 있다. 뇌졸중 환자는 눈 아래 안면근육이 마비돼 입이 돌아가고 침이 흐르며 식사를 제대로 못 한다.

하지만 눈 위의 안면근육은 정상인 환자가 많다. 뇌졸중 환자는 눈을 정상적으로 감을 수 있고 눈이 충혈되거나 시린 증상도 없다. 뇌졸중 환자는 얼굴 외에 팔다리가 마비되거나 감각 이상 또는 어지러움 등 다른 증세가 함께 나타난다. 안면마비는 이런 증상을 보이는 환자가 드물다. 이를 통해 환자를 구분할 수 있다.

대상포진이 귀 주변에 생기는 람세이 헌트 증후군과 안면마비도 구분해야 한다. 대상포진이 귀 주변에 생기면 귀 주변에서 나오는 안면신경에 영향을 줘 안면마비가 올 수 있다. 이때는 증상이 더 복잡하고 치료도 힘들다. 대상포진이 귀 주변에 오면 반드시 전문의와 상의해 조기에 치료해야 한다. 항바이러스제 주사치료와 신경치료를 함께하면 합병증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당뇨 고혈압 등 만성 성인병이나 갑상샘 기능 이상이 있는 60세 이상의 환자는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

안면마비 환자는 주의해야 할 것이 많다. 질환에 대해 넉넉한 마음을 가져야 한다. 안면마비 환자 대부분은 하루에도 수십 번씩 거울을 보며 마음을 졸이는 일이 많다. 이는 치료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안면마비가 생긴 초기에는 눈이 잘 감기지 않고 눈물도 잘 분비되지 않아 눈이 충혈되고 아프기 때문에 안대를 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깨끗한 손으로 가볍게 눈꺼풀을 밀어 눈을 덮는 것을 몇 차례 되풀이해 수동적으로나마 망막을 닦아주는 것이 좋다.

눈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으면 인공눈물을 넣어주면 도움이 된다. 잠을 잘 때는 안대를 하고 자는 것이 좋다. 운전 등 장시간 눈을 이용하는 작업은 피해야 한다. 귀 뒤에서 얼굴 쪽으로 자주 톡톡 때려주는 것도 도움이 된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