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유진 4단이 13일 열린 제21기 여류국수전 최종국에서 오정아 3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활짝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오유진 4단이 13일 열린 제21기 여류국수전 최종국에서 오정아 3단을 꺾고 우승을 차지한 뒤 활짝 웃고 있다. 한국기원 제공
여고생 바둑 프로기사 오유진 4단(18)이 오정아 3단(23)을 제치고 여류국수전 타이틀을 차지했다. 지난달 16일 유일한 세계여자대회인 궁륭산병성배에서 생애 첫 우승컵을 들어올린 데 이어 국내 최고 권위의 여류 기전까지 제패했다.

13일 서울 성동구 마장로 바둑TV 스튜디오에서 열린 제21기 여류국수전(우승상금 1200만원) 결승 3번기 3국에서 백돌을 잡은 오유진은 245수 끝에 결승 상대인 오정아에게 한 집 반 승을 거뒀다. 한국경제신문사가 주최하고 BnBK가 후원한 이 대회에서 그는 최종 전적 2-1로 국내 기전 마수걸이 우승을 했다.

오유진은 지난달 24일 열린 결승 1국에서 219수 만에 불계패했다. 2011년 입단 후 5년 만에 첫 우승을 노리는 오정아가 기선을 제압했다. 하지만 오유진이 지난 9일 2국에서 189수 만에 불계승하며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고, 최종국에서도 승리를 거두며 역전 우승했다.

대국 종반까지 오정아가 유리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하지만 오유진은 특유의 끝내기 실력으로 전세를 뒤집었다. 반면 오정아는 우승컵을 눈앞에 두고 흔들렸다. 잇단 실수로 손해가 누적되면서 역전을 허용했다.

오유진은 예선에서 이영신을 꺾고 3연속 본선에 올랐다. 그는 16강에서 김다영을, 8강에서 이다혜를 눌렀다. 4강에선 역대전적 1승10패로 뒤져 있던 ‘천적’ 최정을 꺾으면서 우승 가능성을 높였다.

오유진은 대국 직후 “항상 첫 타이틀은 여류국수전에서 획득하고 싶었다”며 “생각지 못한 세계대회 우승이 첫 타이틀이 됐지만 그로 인해 마음을 비우고 편히 뒀던 것이 우승의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우승에 힘입어 5단으로 승단하게 됐다. 오유진은 최정에 이어 여자랭킹 2위로 한국바둑고 2학년에 재학 중이다.

여류국수전은 제한시간 3시간에 1분 초읽기 5회씩이 주어졌다. 우승 상금은 1200만원, 준우승은 500만원이다.

최진석 기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