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실리콘밸리식 투자문화 50년 걸려…한국, 단기성과 집착 말아야"
“해외로 나갈 채비를 갖춘 한국 창업가가 정말 많이 늘었습니다.”

배기홍 스트롱벤처스 대표(사진)는 13일 “요즘 한국 청년 창업가는 글로벌이라는 말 자체를 하지 않는다”며 이같이 말했다. 글로벌 시장을 무대로 사업하는 것을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하는 창업가가 많아졌다는 의미다. 배 대표는 “한국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해외에 진출할 때 가장 힘든 점은 현지 시장을 아는 인재를 채용하는 일”이라며 “초기부터 해외 인재를 적극적으로 채용하고 시장 조사를 하는 스타트업이 크게 늘었다”고 말했다.

불과 4~5년 전만 해도 초기부터 글로벌 시장을 노리는 창업가는 해외에서 유학했거나 오랫동안 거주한 경험이 있는 해외파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최근엔 해외 경험이 없는 순수 토종 창업가도 해외시장 진출 의지가 강하다는 게 그의 평가다. 배 대표는 “모바일 시대가 열린 뒤 앱(응용프로그램) 장터를 통해 일찌감치 글로벌 시장을 경험한 젊은 창업가는 이전 세대에 비해 해외 진출에 대한 두려움이 확실히 덜하다”고 설명했다.

스트롱벤처스는 초기 단계의 벤처기업에 1억~2억원의 시드머니(종잣돈)를 투자하는 벤처캐피털(VC)이다. 2011년 미국 로스앤젤레스(LA)에 설립돼 2014년부터 한국에서 본격적인 투자 활동을 하고 있다. 2년 남짓한 기간 24개 스타트업에 투자했다. 가사도우미 연결 서비스 미소, 비트코인거래소 코빗, 핀테크 업체 모인, 동영상 제작 솔루션 업체 쉐이커미디어 등이 대표 투자 사례다. 최근 170억원 규모의 2차 투자조합 결성도 마쳤다. 그는 “한국 시장을 타깃으로 하는 LA 소재 벤처기업이나 글로벌 진출을 노리는 한국 스타트업을 더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그는 창업가는 유행을 좇을 수 있지만 투자자는 유행에 민감해선 안 된다는 투자 철학을 갖고 있다. 유행을 자꾸 따라다니기보다 인간의 본질적 욕구, 사회의 근본적인 불편함에 초점을 맞춘 제품이나 서비스에 투자해왔다. 배 대표는 “실리콘밸리에서 VC와 벤처기업이 함께 성장하는 장기적인 투자 문화가 정착되는 데 50여년의 시간이 걸렸다”며 “VC가 본격화된 역사가 10여년에 불과한 한국에서는 아직 투자에 대해 단기적인 성과를 바라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임원기 기자 wonki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