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트업 리포트] "셰프가 만든 파스타·스테이크 안방으로 배달해 드립니다"
한국 배달시장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처음에는 ‘배달의 민족’ ‘요기요’ 등 배달 중개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이 등장했다. 스마트폰 앱(응용프로그램)을 통해 중국집 피자집 등 배달 음식점과 소비자를 연결했다. 흔한 배달음식 외에 일반 ‘맛집’의 음식을 집에서 먹고 싶어하는 소비자가 늘어나자 배달을 전문으로 하는 ‘띵동’ ‘부탁해’ ‘푸드플라이’ 등의 스타트업이 생겨났다. 하지만 집에 도착하면 식었거나 면이 불어 있는 등 식당에서 먹는 것보다 맛이 못할 때가 많았다.

음식 마니아인 김정공 대표(사진)는 이 같은 소비자의 아쉬움을 채워주기 위해 최근 ‘셰프온’을 창업했다. “최고급 프랑스 이탈리아 요리를 집에서도 레스토랑과 똑같은 맛으로 즐길 수 있게 하겠다”는 게 셰프온의 목표다.

콘셉트는 간단하다. 최대 한 시간까지 걸리는 배달 과정에서도 맛이 변하지 않는 고급 요리를 개발하고, 웹으로 주문받아 이를 배달해 주는 방식이다. ‘고급 요리의 대중화’라는 목표 아래 프랑스 명문 요리학교인 르꼬르동블루 출신 요리사 최승광 씨, 방송을 통해 유명해진 이탈리아 요리 전문 셰프 정호균 씨 등이 올초 의기투합했다. 배달용 고급 요리를 만드는 과정은 생각보다 쉽지 않았다. 김 대표는 “최고 셰프들이 어떤 면에 어떤 소스를 조합해야 배달 시간 동안 맛이 변하지 않으면서도 맛있는 파스타를 조리할 수 있는지 연구를 거듭했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 리포트] "셰프가 만든 파스타·스테이크 안방으로 배달해 드립니다"
문제는 요리만이 아니었다. 아무리 맛있어도 싸늘하게 식은 파스타나 스테이크를 먹고 싶어 할 사람은 없었다. 삼성물산에서 근무했던 김 대표는 1시간 동안 어느 정도 보온이 가능한 알루미늄 용기를 찾아냈다. “전자레인지와 오븐(320도 이하)은 물론 가스레인지에 직접 올려도 되는 용기”라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초기 반응은 좋다. 서비스를 시작한 지 두 달도 안 됐는데 배달 주문 900건가량을 받았다. 자체 레스토랑이 없는 작은 호텔에서 룸서비스 대행업체로 셰프온을 활용하고 있다. 숙박테크 스타트업 ‘야놀자’와도 계약을 맺고, 야놀자 직영 호텔에 음식을 공급하기로 했다. 김 대표는 “셰프의 이름을 건 비슷한 서비스가 조금씩 생겨나고 있지만 레스토랑과 완전히 똑같은 식재료, 레시피를 쓰는 건 셰프온뿐”이라며 “해외 셰프들도 초청해 다양한 배달전문 고급 음식을 개발하겠다”고 말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