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김범준 기자 bjk07@hankyung.com
탄핵 국면에서 가장 주목받은 대선주자는 이재명 성남시장(더불어민주당)이다. 이 시장은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지지율이 급상승해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빅3’ 후보로 부상했다. 시종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강경 일변도의 직설화법이 대중에 먹혔다는 분석이다.

이 시장은 지난 9일 여론조사전문기관 갤럽이 발표한 12월 둘째주 조사에서 전주에 비해 10%포인트 오른 18%를 기록했다. 올해 초 3% 남짓 지지율로 ‘페이스메이커’ 정도로 평가받던 그가 어느새 문 전 대표와 반 총장을 오차 범위로 추격하고 있다. 이 시장은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기존 정치와 기득권 세력에 대한 국민적 반감이 내 지지율 상승의 요체”라고 분석했다. 그는 “진보좌파라는 세간의 평가와 달리 보수층의 두터운 지지를 받고 있다”며 “내가 표 확장성 등의 측면에서 문 전 대표보다 비교우위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선 출마는 언제 선언하나.

“당초 12월께 미래비전과 정책을 선보일 계획을 잡고 있었다. 탄핵 후 정국이 혼란스러운 상황에서 정치적 로드맵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 않다. 대선에 출마하겠다는 결심은 굳혔다.”

▷탄핵 정국에서 가장 강한 목소리를 냈다.

“탄핵안이 가결됐다고 손을 놓고 기다려서는 안 된다. 박 대통령이 하루라도 빨리 자진 사퇴하도록 압박해야 한다. 하루라도 빨리 대통령이 사퇴하는 게 국익에 도움이 되고 국민 의사에도 부합한다.”

▷박 대통령의 즉각 사퇴로 대선이 앞당겨지면 불리할 것 같은데.

“정치공학적 유불리를 따지지 않는 게 내 지지율 상승의 원인이다. 대선이 한두 달 빨라지고 늦춰진다고 국민 판단에 큰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으로 확신한다. 요즘은 국민끼리 신경선이 연결된 것처럼 실시간으로 상호 소통하고 입장을 통일해 간다. 시간이 없어도 국민의 집단지성이 발휘돼 시대에 맞는 리더를 찾을 것이다.”

▷여전히 지지율에서 문 전 대표에게 뒤져 있다.

“야당 지지층 중 50%는 문 전 대표를 지지하고, 25%는 나를 지지한다. 하지만 지지층을 보수 진보 정체성에 따라 분류해보면 상황은 다르다. 문 전 대표보다 중도 보수층 지지율이 더 높게 나온다. 지지층 확장성이 크다는 증거다. 호남은 전통적으로 본선에서 이길 수 있고, 민주주의 가치를 실현할 수 있는 후보를 찾아왔다. 현 추세대로라면 내가 호남의 선택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진보좌파라는 평가에 불구하고 중도 보수층 지지가 높은 이유는 뭐라 보나.

“내 성향은 진보가 아니라 보수에 가깝다. 난 현 체제나 질서를 바꾸자는 쪽이 아니다. 경제 안보 통일 노동 어느 분야건 현재 헌법이나 법률의 테두리에서 좋아질 수 있다고 믿고 있고, 성남 시정을 통해 그것을 입증해왔다. 경제문제도 그렇다. 난 재벌을 해체하자고 한 적이 없다. 다만 5%도 안 되는 지분을 갖고 공정하고 합리적 경쟁을 가로막는 재벌체제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다. 공정한 경쟁이 가능한 기업환경을 만들어주자는 게 왜 진보인가. 불법과 편법을 동원한 기득권자들이 보수란 탈을 쓰고 있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자신의 강점을 꼽는다면.

“나의 강점은 정치 기득권 세력이 아니라는 것이다. 지금 정치는 국민에게 실망만 안겼다. 나는 정치권 전체에 대한 불만과 불신 실망 등에서 비켜나 있다. 국민은 그것을 가능성으로 보고 있다.”

▷차기 지도자에게 요구되는 리더십은 뭐라 보나.

“한국 사회는 지금 대변화의 갈림길에 서 있다. 이 변화의 핵심은 불평등 불공정 등 격차 해소다. 이것을 고치려면 기득권을 차지하는 소수의 힘 센 사람들과 싸워서 이겨야 한다. 시대가 요구하는 공정하고 평등하고 공평한 세상을 완성하기 위해서는 흙탕물에도 굴러야 하고 총알도 맞고 얼굴도 붉히면서 밀어붙일 수 있는 야전형 돌파형 리더십이 필요하다. 문 전 대표 등 다른 후보들에 비해 내가 낫다고 자신한다.”

▷눈에 띄는 여당 주자가 없다.

“현재 여권 주자의 지지율이 낮다고 야당이 쉽게 정권을 차지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은 국민을 무시하는 것이다. 국민은 어떤 상황에서도 최선의 지도자를 찾아내려고 할 거다. 국민을 동원 대상으로 여기고 야권이 분열하면 필패다. 새누리당은 붕괴하겠지만 새로운 당이나 제3지대를 통해 여권의 새로운 대안이 나올 것이다.”

▷경선 룰 갈등 우려가 나오는데.

“경선규칙 가지고 후보 간 밀고 당기고 할 시간도 없다. 그랬다간 국민적 지탄만 받는다. 2012년 때처럼 국민경선으로 하면 된다. 다만 결선투표제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후보 간 검증이 시작되면 거품이 꺼질 것이라는 주장도 있다.

“중앙정부에 맞서 시정을 운영하면서 검찰 수사와 감사 등 혹독한 검증을 거쳤다. 형님과 집안 문제 등도 나올 만큼 나와 이제 싫증을 낸다. 전모를 아는 사람들은 친인척 비리는 없겠다고 오히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음주운전한 것 말고는 지지율이 떨어질 만한 비리는 없다.”

▷문 전 대표 등에 조직에서 밀리지 않나.

“난 조직이 없다. 하지만 전 세계를 실시간으로 연결한 네트워크가 오프라인 조직을 이길 수 있다고 믿는다. 샌더스가 조직이 있어서 힐러리와 경합을 벌였겠나. 트럼프는 조직이 많아서 기존 공화당 조직을 이겼나. 특히 트럼프는 마지막 본선에서 공화당이 등을 돌렸는데도 네트워크 힘만으로 민주당의 강력한 조직을 이겼다.”

▷반 총장을 어떻게 보나.

“대선판을 흔들 만한 변수로 보지 않는다.”

손성태/김기만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