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이상 아무도 유가가 배럴당 30달러대로 떨어질 수 있다는 얘기를 하지 않는다.” (야세르 엘귄디 메들리글로벌어드바이저스 컨설턴트)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달 30일 8년 만에 감산 합의를 최종 도출한 데 이어 10일(현지시간) 러시아 멕시코 등 OPEC에 가입하지 않은 11개 산유국도 감산에 공식 동참하면서 원유 시장이 달아오르고 있다.

OPEC이 감산에 합의한 뒤 약 10일간 국제 유가는 15%가량 올랐다. 여기에 러시아 등의 감산 약속이 구체화되면서 유가가 추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가 확산되고 있다. 배럴당 30달러대가 아니라 60달러대까지 밀어붙일 수 있겠다는 전망이 커지고 있다.

◆러시아 하루 30만배럴 감산 약속

러시아·멕시코까지 감산…유가 60 달러대 찍나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산유량은 하루 9720만배럴이었다. 이 가운데 OPEC 회원국(하루 3370만배럴 생산)이 줄이기로 한 산유량은 하루 120만배럴, 전체 산유량의 1.2%다.

여기에 러시아 등 비(非)OPEC 산유국이 감산하기로 한 양이 55만8000배럴이다. 블룸버그통신은 러시아(하루 생산량 1120만배럴)가 30만배럴, 멕시코가 10만배럴, 오만 4만배럴, 아제르바이잔 3만5000배럴, 카자흐스탄이 2만배럴을 줄이기로 약속했다고 전했다. 전체 산유량의 0.57% 정도다.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이 합해 총 1.8%를 감산하기로 약속한 것이다.

지난 3분기 기준 세계 원유 수요는 하루 9708만배럴로, 하루 12만배럴 초과공급 상태였다. 하루 175만배럴 수준 감축 약속이 지켜지기만 하면 초과공급분을 없애고 그동안 쌓인 재고를 소진하는 데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멕시코는 인위적인 감산이 아니라 오래된 생산시설을 사용하지 않는 식으로 감산에 동참할 예정이다.

◆사우디, “감산폭 더 늘릴 준비”

OPEC의 맏형 격인 사우디아라비아는 즉각 환영의사를 나타냈을 뿐 아니라 “지난번 약속한 것보다 더 감산할 수 있다”는 의지까지 밝혔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칼리드 알팔리흐 사우디 에너지장관은 회의가 끝난 뒤 “절대적으로 확실하게 말하는데 내년 1월1일 감산 합의가 발효된 뒤 우리(사우디)는 지난 11월30일 약속한 것보다 더 낮은 수준까지 감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알렉산드르 노바크 러시아 에너지장관이 “정말 역사적인 사건”이라고 강조하자 이에 맞장구를 치며 나온 발언이다.

알팔리흐 장관은 심리적으로 중요한 수준인 1000만배럴 아래로 생산량을 줄일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7월 기준 하루 1070만배럴을 생산한 사우디는 11월30일 OPEC 회의에서 1006만배럴까지 생산량을 줄이겠다고 약속했었다.

◆셰일오일 증산이 변수

비관론이 대세이던 시장 분위기가 순식간에 바뀐 것은 결국 사우디 때문이다. 사우디에서 재정적자를 해소하고 국영 석유회사 아람코의 상장을 위해 유가가 오르는 것이 유리하다고 판단한 결과 세계 산유국의 감산 공조가 이뤄졌다.

하지만 유가가 장기 상승세로 돌아섰다고 판단하기는 이르다는 평가도 나온다. 유가가 배럴당 60달러 이상으로 뛰어오르면 그동안 원유 시추공 수를 줄여온 미국과 캐나다 셰일오일 업계는 곧바로 전략을 바꿔 생산을 늘릴 수 있다. OPEC의 시장 지배력에 한계가 있다는 뜻이다.

이번 OPEC 회원국과 비OPEC 산유국의 합의가 실제로 제대로 지켜질지도 미지수다. 전직 백악관 원유담당 관료인 밥 맥널리는 “생산자 간 합의가 이뤄지면 유가가 반짝 오르지만 서로 (실제 생산량을) 속이는 탓에 최종적으로 (감산에) 실패하곤 했다”고 지적했다.

러시아 등이 감산 동참을 선언하기 전인 지난 9일 서부텍사스원유(WTI) 1개월 선물은 전날보다 1.3% 오른 51.5달러에 거래됐다. 북해산브렌트유 2개월 선물은 0.82% 오른 54.33달러에 팔렸다.

이상은 기자 se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