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다수의 언론을 통해 음료 캔 위의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가 음료 종류와 관계없이 같은 점자로 표기돼 있다는 사실이 알려졌다. 시각장애인을 위해 만들어놓은 점자지만 정작 시각장애인들은 이것이 무슨 음료인지 점자로는 전혀 식별할 수 없다는 것이다.

1년이 지난 지금 놀랍게도 점자 캔의 표기를 개선한 음료업체는 단 한 군데도 찾을 수 없다. 캔 제조업체와 음료를 제조하는 업체가 다르기 때문에 책임 소재가 불분명해 서로 책임을 미루고 있고, 음료 캔 뚜껑을 덮는 과정은 종류에 상관없이 모두 같은 자동화 공정을 따르는데 음료마다 다른 점자를 새기려면 추가 비용이 발생해 이를 부담할 책임자 또한 불분명한 상태다.

이에 따른 법적인 규제는 없을까. 미국은 장애인 법을 통해 기업이 시각장애인을 위해 구체적으로 어떤 정보를 제공해야 하는지 상세히 담고 있고, 모든 사항을 의무적으로 지키도록 규정하고 있다. 일본도 식음료의 점자표기 의무화는 물론 린스나 샴푸 같은 제품의 뚜껑에도 다른 패턴을 이용해 구분할 수 있도록 제조하는 등 기업 차원에서 시각장애인의 권리를 보장하고 있다.

국내의 경우 시각장애인의 음료 선택 권리를 위한 법적 규제는 부재한 상태이고 점자의 크기를 규정하는 점자 표준이 존재하기는 하지만, 이마저도 다른 법규와 충돌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 음료 캔의 끝 부분 하단에 유통기한과 제조 일자를 기재하도록 돼 있는 법적 규제 때문에 상대적으로 넓은 끝 부분 하단에 점자를 넣지 못하고 비좁은 상단에 점자를 넣도록 돼 있는데, 그렇게 되면 정부에서 내놓은 ‘점자표기 가이드라인’의 점자 간격과 양각 등을 맞출 수 없게 된다.

시각장애인이 비장애인과 동등한 소비자로서 스스로 음료를 선택할 수 있는 권리는 하루빨리 보장돼야 할 것이다.

박서영 < 경희대 재학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