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은 박근혜 대통령 탄핵으로 내년 대선에서 정권을 빼앗길지도 모른다는 위기감이 한층 커졌다. 가뜩이나 유력 주자가 없는 상황에서 내년 봄이나 여름에 조기 대선이 치러지면 열세를 극복할 시간도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여당 대선주자로 거론돼 온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최순실 정국’에서 새누리당 지지율이 급락한 탓에 중도보수 신당 등 ‘제3지대’를 택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여권 일각에선 대통령 권한대행인 황교안 국무총리를 대선 후보군에 올려놓으려는 움직임이 감지된다. 이 같은 움직임은 특히 여당 주류인 친박(친박근혜)계를 중심으로 나타나고 있다.

황 대행은 헌법재판소 탄핵심판 기간에 따라 최장 8개월까지 국정 운영 사령탑을 맡는다. 이 기간에 국정을 무리 없이 이끌어 나간다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면서 유력 주자가 없는 여권의 대안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있다.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이 탄핵을 당했을 때도 2개월간 권한대행을 맡았던 고건 전 총리가 유력 대선 주자로 떠올랐다.

황 대행은 공안검사 출신으로 서울중앙지방검찰청 2차장, 부산고검장 등을 지냈다. 박근혜 정부 출범 때 법무부 장관으로 선임됐으며 지난해 6월 총리로 임명됐다. 장관과 총리를 거치면서 행정 경험을 쌓았고 기성 정치인이 아니라 새로운 인물이라는 것이 강점으로 꼽힌다.

반면 황 대행이 서울 출신으로 지역 기반이 약하고 선출직 공직자 경험이 없다는 것은 단점으로 지적된다. 권한대행으로서 국정을 잘 이끌어갈 수 있을지도 아직은 불확실하다. 황 대행 본인도 대선 출마 의지를 내비친 적은 없다.

새누리당의 전통적 지지 기반인 대구·경북(TK) 중진 정치인들의 행보에도 관심이 모아진다. 비박(비박근혜)계 유승민 의원은 이번 탄핵 국면에서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 그룹을 이끌었다. 박 대통령에 대해 강경한 태도로 일관하면서 비박계 차기 주자로서 입지를 강화했다는 평가다.

이에 비해 친박 핵심인 최경환 의원은 국회의원 300명 중 유일하게 탄핵안 표결에 불참했다. 최 의원은 탄핵 표결을 앞두고 “정치적으로나 법적으로, 인간적으로 도저히 용납될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한국갤럽이 탄핵 표결 당일인 지난 9일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TK 지역의 탄핵 찬성률은 69%로 찬성 여론이 반대 여론을 앞섰지만, 전국 평균(81%)보다는 낮았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