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일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을 처리하는 데 걸린 시간은 70분이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오후 2시59분께 의원 299명이 본회의장으로 입장하자 오후 3시 정각 본회의 개의를 선언했다. 김관영 국민의당 의원이 탄핵소추안 제안설명자로 20여분간 탄핵소추안 발의 이유를 설명했다. 정갑윤 의원이 마지막으로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제안설명이 끝난 뒤 오후 3시23분부터 오후 3시54분까지 31분 동안 무기명 투표가 진행됐다. 투표는 몸싸움과 의장석 점거로 난장판을 연출한 2004년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 의결 당시와 달리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이뤄졌다. 방청석에 있던 시민들과 취재진도 숨죽인 채 표결 상황을 지켜봤다. 친박(친박근혜)계 좌장인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은 투표 전 탄핵 표결에 반대하는 내용의 호소문을 동료 의원들에게 전달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투표한 뒤 자리로 돌아오자 방청석에 있던 일부 방청객이 “이정현, 장 지집시다”라고 외치기도 했다. 이 대표는 지난달 30일 의원총회가 끝난 뒤 “야3당과 여당이 협상해서 (탄핵을) 실천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말했다.

야당 의원들은 모두 무표정한 모습이었다. 더불어민주당 지도부는 이날 의원들에게 내린 행동강령에서 ‘웃지 마라. 술 마시지 마라.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말 실수하면 안 된다. 모임에 가지 마라’고 당부했다.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 가결 뒤 당시 의원이었던 박 대통령이 활짝 웃는 모습이 지금까지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에서 ‘경계령’을 내린 것이다.

오후 3시53분쯤 정 의장이 ‘투표 종료’를 선언한 뒤 개표와 검표를 시작했다. ‘원조 친박’ 최 의원이 투표 전에 본회의장을 떠났고 서청원, 홍문종, 이우현 등 친박계 일부 의원은 투표에는 참여했지만 개표를 지켜보지 않고 본회의장을 떠났다.

개표가 마무리되는 상황에서 감표위원인 채이배 국민의당 의원이 국민의당 의원석 쪽을 바라보며 ‘가결’을 의미하는 듯 손을 들었다. 또 다른 감표위원인 오영훈 민주당 의원도 민주당 의원석을 향해 찬성 투표 수를 의미하듯 손가락으로 ‘2’ ‘3’ ‘4’를 차례로 들어 보였다. 오후 4시9분쯤 정 의장은 투표 결과 발표를 통해 박 대통령 탄핵안 가결을 선언했다.

은정진/박종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