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9일 가결됨에 따라 황교안 국무총리가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최장 180일)이 이뤄지기까지 대통령 권한대행을 맡는다.

황 대행은 박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된 9일 오후 본격적으로 국정 챙기기에 들어갔다. 탄핵안 가결 직후 국방부 장관에게 전화해 “현재 엄중한 상황에서 북한이 국내 혼란을 조성하고 도발 가능성이 높은 만큼 군이 비상한 각오로 임무수행에 만전을 기하라”고 당부했다. 외교부 장관에게는 내외 공관에 한국 정부의 대외정책 기조에 변함이 없음을 국제사회에 충분히 알릴 것을 주문했다. 행정자치부 장관에게는 “혼란을 틈탄 범죄나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경찰에 경제 태세를 강화하라”고 지시했다. 황 대행은 곧바로 임시 국무회의를 소집해 내각에 비상근무태세에 들어갈 것을 지시했다. 또 국가안전보장회의(NSC)도 열어 안보와 외교 현안도 챙겼다.

이날 탄핵안 가결로 박 대통령이 헌법상 보장받았던 모든 권한은 황 대행이 행사한다. 국가원수로서 대외적으로 국가를 대표할 지위를 갖고 국정 통할 및 조정자 역할도 한다. 청와대 경호실 기능은 당분간 박 대통령과 황 대행에게 분산되지만 황 대행에 대한 경호가 훨씬 강화된다.

행정부에 대해서도 최고 지휘권자, 최고 책임자, 각급 기관 조직권자, 국무회의 의장 지위가 황 대행 몫이다. 이와 함께 국군통수권, 계엄선포권, 조약체결비준권, 외교사절 접수 및 파견권도 황 대행이 대신한다.

하지만 현행 법령에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가 뚜렷하게 명문화된 실무 규정집이 없어 실제 모든 권한을 행사하진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탄핵이 ‘궐위 상태’에 준하는 것인지 ‘단순 권한 정지’에 가까운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국정 운영에 적지 않은 혼란도 예상된다. 박 대통령이 헌재의 결정에 따라 다시 ‘정상 복귀’할 수도 있다.

이 때문에 황 대행의 그동안 행정 스타일로 볼 때 직접적인 결정사항을 총괄하기보다는 탄핵 정국을 관리할 공안 및 안보, 기타 행정실무 등을 맡는 관리형 내각을 운영할 가능성이 높다.

정상외교 일정은 헌재의 판단이 나오기까지 사실상 보류되며 불가피한 외교 협의는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으로 전망된다. 2004년 고건 대행 체제에서 정부는 신임장 제정식을 열어 외교사절을 접수했지만 외국 정상의 방한 일정은 모두 연기했다. 총리실은 2004년 3월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 당시 전례를 참고하면서 대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다른 문제는 대통령 비서실 기능이다. 대통령 권한 정지와 함께 비서실 기능이 자동 정지되고 총리 비서실이 기능을 대신해야 한다는 견해와 청와대 비서실이 총리로부터 지시를 받아야 한다는 의견이 갈려 있지만 후자가 유력하다.

은정진/김주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