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9일 오후 10시께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박 소장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긴급 재판관 회의를 소집한 뒤 네 시간여 동안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박 소장은 옅은 미소만 띤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이 9일 오후 10시께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를 나서고 있다. 박 소장은 이날 오후 5시50분께 긴급 재판관 회의를 소집한 뒤 네 시간여 동안 향후 일정 등을 논의했다. 취재진의 질문에 박 소장은 옅은 미소만 띤 채 아무런 대답을 하지 않았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는 9일 국회의 탄핵소추 청구서를 접수한 직후 박근혜 대통령에게 “오는 16일까지 답변서를 제출하라”고 요청했다. 헌재는 탄핵안 국회 가결 후 긴급회의를 열고 내부 헌법연구관들이 참여하는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법리와 심리 방법 등을 집중 연구하기로 했다.

◆재판관들, 밤늦게까지 회의

배보윤 헌재 공보관은 이날 서울 재동 헌재 중회의실에서 기자회견을 하고 “탄핵소추 청구서를 피청구인(박 대통령)에게 전달했다”며 “16일까지 답변서를 내도록 요구했다”고 말했다.

답변서에는 탄핵 사유로 제시된 각종 법률 위반 혐의에 대한 박 대통령의 소명 내용이 담긴다. 그는 “이번 탄핵심판의 주심은 전자배당에 따라 강일원 헌법재판관으로 지정했다”고 밝혔다. 강 재판관은 2014년 12월부터 베니스위원회 헌법재판공동위원회 위원장을 맡는 등 재판 업무와 정무 능력, 국제 감각이 뛰어나다는 평가를 받는다.

출장 중인 강 재판관과 김이수 재판관 등 2명을 제외한 재판관 7명은 이날 박한철 헌재소장 주재하에 첫 재판관 회의를 네 시간 동안 열었다.

헌재는 이번 탄핵심판의 중요성을 감안해 내부적으로 헌법연구관들이 참여하는 TF를 구성하고 관련 법리와 심리방법을 집중적으로 연구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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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핵안 가결] 헌재 긴급회의 "박 대통령, 16일까지 답변서 제출해야"
◆세월호 7시간 의혹도 소추

[탄핵안 가결] 헌재 긴급회의 "박 대통령, 16일까지 답변서 제출해야"
박 대통령 탄핵소추안은 박 대통령이 국정 전반에서 헌법과 법률을 위반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헌법과 관련해선 박 대통령이 최순실 씨(60·구속기소)의 국정 전반 개입에 공모해 국민주권주의(헌법 제1조)와 대통령의 공무원 임면권(헌법 제78조), 시장경제질서(헌법 제119조 제1항) 등의 조항을 위반했다고 봤다.

또 ‘세월호 7시간’ 의혹을 들어 생명권 보장(헌법 제10조) 조항도 위배했다고 주장했다. 법률과 관련해서는 미르·K스포츠 재단 기금모금, 청와대 문건 유출 과정 등에서 박 대통령이 뇌물수수와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 강요, 공무상 비밀누설 등의 불법행위를 저지른 것으로 기재했다.

헌법 제65조 제1항은 대통령 탄핵소추 사유를 ‘직무집행에 있어 헌법이나 법률을 위반한 때’라고 규정하고 있다. 헌재는 탄핵 사유인 ‘헌법과 법률 위반’ 조건을 ‘공직자를 파면할 수 있을 정도의 중대한 법 위반’이라고 판단한 바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심판 결정문에서다.

◆2004년엔 63일, 이번엔?

2004년 노 전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 땐 헌재가 기각 판단을 내리기까지 63일 걸렸다. 2004년과 달리 국민여론이 탄핵을 압도적으로 요구하고 있다는 점은 “60일 내외에 빨리 끝날 것”이라는 의견에 힘을 실어준다. 2004년엔 여론은 탄핵에 반대했지만 국회가 대통령을 ‘비토’했다.

반면 박 대통령이 “최순실의 개인 비리”라고 주장하고 있는 만큼 예상보다 많은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헌재 재판관 2명 임기가 변수

변수는 박 소장과 이정미 재판관의 임기다. 박 소장의 임기는 내년 1월31일, 이 재판관의 임기는 내년 3월13일까지다.

헌재법은 재판관 7명 이상이 출석해 6명 이상의 찬성이 있어야 탄핵 결정을 내릴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박 소장 퇴임 때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 8명 중 6명이 찬성해야 박 대통령을 파면할 수 있다. 이 재판관까지 퇴임하면 7명 중 6명이 찬성해야 한다. 헌법학계에선 헌재가 박 소장 퇴임 전 결론을 내리거나 늦어도 이 재판관 임기 전까지 파면 여부를 판단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탄핵심판과 동시에 진행되는 박영수 특별검사의 수사도 또 다른 변수다. 탄핵안에는 박 대통령이 뇌물죄를 저질렀다고 단정했지만 이는 검찰도 공소장에 적지 못한 사안이다. 특검에서 이 부분이 밝혀진다면 탄핵심판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