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송철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오른쪽)가 췌장암 환자 수술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오른쪽)가 췌장암 환자 수술을 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췌장암 수술 환자 생존율이 15년 새 두 배 넘게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생존율이 낮아 ‘죽음의 암’으로 불리는 췌장암이지만 적극적으로 치료하면 생존율을 높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김송철 서울아산병원 암병원 간담도췌외과 교수팀은 2000년 1월부터 2014년 12월까지 췌장암 절제 수술을 받은 환자 1656명을 조사했더니 2000~2004년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12.4%였지만 2010~2014년 환자군의 5년 생존율은 26.8%로 크게 늘었다고 9일 밝혔다.

연구팀은 췌장암 수술 환자를 5년 단위 환자군으로 나눠 생존율 추이를 분석했다. 2000~2004년 환자군 201명의 1년, 2년, 3년, 5년 생존율은 각각 61.0%, 31.1%, 18.4%, 12.4%였다. 2005~2009년 환자군 545명의 생존율은 소폭 증가해 각각 69.4%, 39.3%, 27.7%, 17.2%로 파악됐다. 2010~2014년 환자군 910명의 기간별 생존율은 80.2%, 51.6%, 36.9%, 26.8%로 집계됐다. 전체 환자 1656명의 생존율은 각각 74.0%, 45.0%, 31.3%, 21.1%였다. 전체 췌장암 환자 네 명 중 세 명은 1년 이상 생존한다는 의미다.

김 교수는 “수술법이 좋아지고 내과적 처치, 통합치료, 수술 전 항암화학요법 등이 지속적으로 발전하면서 췌장암 수술 치료 성적이 좋아졌다”고 분석했다.

김 교수팀은 췌장암 수술 환자의 병기별 생존율도 조사했다. 암이 주변으로 퍼지지 않고 췌장에만 있는 1기 환자는 암 크기가 2㎝ 미만일 때 생존율이 52.4%, 2㎝ 이상일 때 47.5%의 생존율을 보여 전체 수술 환자 5년 생존율(21.1%)보다 높았다. 주변 장기로 일부 퍼진 2기 환자는 림프샘 전이가 없으면 생존율이 30.4%였지만 림프샘 전이가 있으면 생존율이 14%로 떨어졌다. 주요 동맥혈관 등으로 암이 퍼진 3기 생존율도 14%로 낮았다.

췌장암 1기 환자 생존율은 3기보다 3.7배 높았다. 림프샘 전이나 주요 동맥 혈관 침범이 없을 때 발견하면 완치율이 높아 생존율도 높아졌다. 하지만 췌장암은 암 초기 뚜렷한 증상이 없고 배 뒤쪽 깊은 곳에 있기 때문에 조기 발견이 쉽지 않다.

이 같은 경향은 이번 조사에서도 확인됐다. 전체 조사 대상 중 췌장암 1기 환자는 4%에 불과했다. 2기 환자가 90%로 가장 많았다. 김 교수는 “췌장암은 수술로만 완치가 가능하다”며 “췌장암 주요 원인인 비만 당뇨 만성췌장염 등이 있거나 흡연자, 가족 중 췌장암 환자가 있는 사람 등은 정기검진을 받아 췌장암을 조기 발견할 수 있도록 신경 써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40대 이후 당뇨를 앓게 된 환자, 갑자기 황달이 시작됐거나 원인을 알 수 없는 복부 및 허리통증을 보이는 사람, 50대 이후 급격히 체중이 줄거나 식욕이 떨어지는 증상을 보이면 췌장암이 의심되기 때문에 병원을 찾아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지현 기자 blues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