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47) 찰스 디킨스 - '선 오브 갓, 예수'
아이들에게 들려준 예수의 발자취

매년 12월이면 거리마다 크리스마스 캐럴이 울려 퍼지고 크리스마스 트리가 아름답게 불을 밝힌다. 크리스마스가 예수의 탄생일이라는 사실을 모르는 사람은 없지만 예수의 생애에 대해 아는 사람은 많지 않다. 영국이 낳은 위대한 소설가 찰스 디킨스가 쓴 <선 오브 갓, 예수>를 통해 예수를 만나보자.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47) 찰스 디킨스 - '선 오브 갓, 예수'
이 책은 찰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난 지 64년만인 1934년에 출간되었다. 디킨스가 세상을 떠나기 21년 전에 썼는데 왜 뒤늦게 세상에 나온 것일까. 디킨스가 “내 생각을 자녀들에게 전하기 위해 쓴 것이니 출간하지 말라”고 당부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들 헨리가 “가족이 출판을 찬성한다면 내가 죽은 후에 출판을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하여 뒤늦게 책이 나온 것이다.

예수의 발자취를 아이들에게 들려주는 형식으로 쓴 얇은 책은 총 11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성경 이야기 사이사이 찰스 디킨스는 자신의 해석과 지식을 담았다. 디킨스는 예수를 ‘지금까지 살았던 사람들 중에서 그처럼 선하고 자비롭고 다정한 분은 결코 없었단다. 죄인들과 여러 면에서 병들고 고통받는 사람들을 그 보다 더 불쌍히 여긴 사람은 여태껏 없었단다’라고 소개한다. 이후 예수의 탄생과 어린 시절 이야기, 기적을 베풀고 병을 고친 이야기, 제자들을 훈련하는 과정이 찬찬히 이어진다.

예수가 12명의 가난한 자를 제자로 선택한 과정을 소개한 뒤 디킨스는 ‘세상에서 가장 비참한 자, 세상에서 가장 뒤틀리고 추악하게 생긴 자라도 지상에서 선하게 산다면 천국에서 눈부신 천사가 되지. 이 사실은 너희가 어른이 되어서도 절대 잊지 말거라. 가난한 남자,가난한 여자, 혹은 가난한 아이 앞에서 으스대거나 그들을 매정하게 대해서는 절대 안 된다’고 가르친다.

예수가 죄를 많이 지은 여인을 용서하는 모습을 통해 ‘우리에게 그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이라도 그들이 우리에게 와 진심으로 뉘우치고 사죄한다면 반드시 그를 용서해야 한단다. 만약 그들이 와서 사죄를 하지 않더라도 우리는 그들을 용서해야해. 절대 그들을 증오하거나 그들에게 매정하게 굴어서는 안 된단다. 그래야 주님께서도 우리를 용서해 주실 거라는 희망을 품고 살 수 있는 법이란다”라고 아이들을 타이른다.

자녀들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소설가 이근미와 떠나는 문학여행] (47) 찰스 디킨스 - '선 오브 갓, 예수'
병을 고치고 스스로를 하나님의 아들이라고 칭하는 예수의 명성이 높아지자 위협을 느낀 바리새인들과 유대인들이 예수를 죽여야 한다고 쑥덕거리는 이야기, 가룟 유다가 스승 예수를 배신하는 이야기가 계속 펼쳐진다. 예수가 죄가 없다는 걸 알지만 유대인들이 몰려와서 “십자가에 못 박아라”며 폭동 일으킬 듯 위협하자 총독 빌라도는 당황한다. 결국 빌라도는 여론에 밀려 예수를 십자가에 못 박도록 넘겨준다. 뒤늦게 후회가 밀려온 가룟 유다는 예수를 팔고 받은 은돈을 던진 뒤 목매어 자살하고 만다.

예수가 고난을 당할 때 제자들은 도망가 버리고 예수는 십자가에서 죽은 지 사흘 만에 다시 살아난다. 이후 제자들에게 나타나고 스승을 만난 제자들은 용기를 얻고 예수의 길을 따른다. 예수가 사라진 마지막 장면에 대해 디킨스는 ‘흰옷 입은 천사가 나타나서 말하기를 예수께서 하늘로 올라가시는 것을 본 것과 같이, 앞으로 언젠가 이 세상을 심판하기 위해 하늘에서 내려오시는 것을 볼 것이라고 했지’라고 말해준다.

찰스 디킨스의 숨은 명작

이근미 < 소설가 >
이근미 < 소설가 >
디킨스는 마지막 부분에 ‘우리의 이웃을 우리 자신처럼 사랑하고 다른 사람들이 우리에게 해주기를 바라는 것처럼 모든 사람을 대하는 것이 기독교란다’라며 자녀들에게 ‘상냥하고 자비롭고 용서를 해주며 결코 자랑하지 말고 겸손하고 묵묵하게 올바른 일을 하라’고 당부한다.

찰스 디킨스는 아버지가 빚을 갚지 못해 감옥에 수감되자 열두 살 때 구두약 공장에서 10시간 씩 일하며 혼자 하숙집에서 살았다.열다섯 살에 학교를 그만두었지만 스무 살에 속기법을 익혀 의회출입기자가 되고 25세에 장편소설 <파크위크 클럽의 기록>으로 폭발적인 인기를 얻었다. 어린 시절 아픈 경험은 문학의 좋은 자양분이 되어 수많은 작품을 남겼다.

열두 살 때부터 부모와 떨어져 지냈던 찰스 디킨스. <선오브 갓, 예수>을 통해 자녀에게 전하려고 했던 신앙과 교훈이 그의 숨은 명작이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