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안혜원 기자 ] 쌍용자동차 티볼리,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르노삼성자동차 SM6. 각 사를 대표하는 주력 모델들이다. 올 한해 호실적을 견인한 대표적인 효자 모델이기도 하다. 하지만 완성차 업체들은 이 모델들 때문에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판매량 대부분이 해당 모델에 편중돼 있기 때문이다. 주력 모델의 인기가 떨어지면 회사 전체의 판매 실적도 함께 감소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모델 다변화에 나서야 한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티볼리에어. / 쌍용차 제공
티볼리에어. / 쌍용차 제공
11일 관련 업체에 따르면 한국GM 르노삼성 쌍용차 3사의 올해 1~11월 국내 판매의 절반 이상을 1개 차종이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일 모델에 대한 의존도는 쌍용차가 가장 두드러졌다. 1~11월 내수 판매(9만2854대) 중 소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티볼리가 5만1322대 팔려 56%를 차지했다. 르노삼성은 중형 세단 SM6가 52%, 한국GM은 경차 스파크가 50%의 비중을 보였다.

티볼리와 스파크, SM6는 올 한해 각 완성차 브랜드의 판매 성장세를 이끈 모델이다. 침체된 내수 전체의 판매량을 끌어올린 차종이기도 하다. 티볼리는 국내 소형 SUV 시장의 56.4%(1~10월 기준)를 점유했다. 2위인 기아자동차 니로(18.9%)를 압도했다.

한국GM 스파크도 마찬가지다.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8년 연속 경차 부문 1위에 올랐던 기아차 모닝을 꺽고 올해 판매 1위를 달리고 있다. 르노삼성의 SM6 역시 선전하고 있다. 전통적인 중형 세단 강자 쏘나타와 1위 자리를 놓고 경쟁 중이다.

하지만 마냥 웃을 수만은 없는 처지다. 이들 업체는 당장 내년 판매량을 걱정하고 있다. 내년에 각 주력 모델들의 경쟁 모델이 대거 출시되기 때문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새로운 소형 SUV 모델을 출시한다. 신모델이 출시되면 국내 소형 SUV 차종이 6개로 늘어난다. 경쟁 모델이 늘어나는 만큼 티볼리의 점유율이 떨어질 것으로 업계는 내다보고 있다.

스파크의 입지도 위태롭다. 내년 1월 기아차가 모닝 풀 체인지(완전 변경) 모델을 출시하기 때문이다. 스파크는 지난해 9월 출시된 모델인만큼 '신차 효과'를 앞세운 모닝을 제치기 힘들 것이라는 분석이다.

중형 세단 시장에서의 치열한 경쟁도 예상된다. 현대차는 내년 3월께 내·외관 디자인을 대폭 바꾸고 파워트레인을 개선한 쏘나타 페이스리프트(부분 변경) 모델을 출시할 계획이다. 국내 중형 세단 시장에서 오랫동안 우위를 점한 쏘나타가 신모델로 나오는 만큼 SM6의 현재 인기를 유지하기 쉽지 않다.
(왼쪽부터) 르노삼성 SM6와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왼쪽부터) 르노삼성 SM6와 한국GM의 쉐보레 스파크.
이 때문에 완성차 업체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이들 업체는 기존에 출시하지 않았던 차급의 신차를 출시하며 라인업 다변화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쌍용차는 "매년 한 개 이상의 신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며 라인업 확대에 대한 의지를 내비쳤다. 특히 티볼리와 같은 소형 모델의 경우 판매 증가에 비례해 수익성이 큰 폭으로 성장하기 어렵다. 이에 쌍용차는 보다 '큰 차' 위주의 모델 다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는 대형 프리미엄 SUV 'Y400'(프로젝트명)을 출시한다. 대형 SUV인 렉스턴 W보다 상위급이다. 2018년에는 픽업트럭 'Q200'을 내놓는다.

한국GM은 내년 1~2월 중 준중형 세단인 신형 크루즈의 판매를 시작한다. 신형 크루즈는 9년만에 디자인과 파워트레인 등이 바뀐 풀 체인지 모델이다. 한국GM 측은 국내 경쟁 준중형 차종 대비 경쟁력 있는 가격을 책정해 신차를 내놓기로 했다.

친환경차 라인업도 확대한다. 순수 전기차 '볼트 EV'를 내년 상반기 중 국내 시장에 들여올 예정이다. 볼트 EV는 최근 미국 환경청으로부터 1회 충전 주행거리 383㎞를 인증받았다. 부산에서 서울까지 추가 충전 없이 주행할 수 있는 거리에 해당한다.

르노삼성은 소형 해치백 클리오를 시장에 선보인다. 클리오는 준중형 SM3보다 하위급인 소형 모델이다. 1990년 출시 이후 유럽에서 연간 30만대 이상 판매되는 인기 모델로 꼽힌다. 현대차 엑센트, 쉐보레 아베오 등이 경쟁자다. 1~2인승 초소형 전기차인 트위지도 상반기 중 출시할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후발 업체인 르노삼성 한국GM 쌍용차 등은 생산 능력이 소규모이고, 개발 비용의 부담도 큰 만큼 라인업을 즉각적으로 확대하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며 "따라서 그동안은 소수 주력 차종으로 일부 시장을 공략하면서 내수 점유율을 확대해나갔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업체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선 모델 다변화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이 관계자는 "주력 모델의 노후화가 시작돼고 판매가 하락하면 회사가 입는 타격도 커진다"며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리스크를 줄이고 성장세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선 다양한 라인업을 구축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