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텔레콤이 중국 화웨이의 기지국 장비 도입을 추진해 논란이 일고 있다. 보안 문제와 국내 관련 중소기업 어려움 외에도 중국이 사드(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를 문제 삼아 자국 시장에서 한국 기업에 불이익을 주는 마당에 1위 이동통신사업자가 중국 업체 장비를 들여오는 게 말이 되느냐는 것이다.
SKT, 중국 화웨이 장비 도입 추진에 업계 '시끌'
8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지난 5월 주파수 경매를 통해 획득한 2.6㎓망 구축을 위해 화웨이 기지국 장비를 도입하는 것을 추진 중이다. SK텔레콤은 내년 상반기께 제주도에 화웨이 기지국을 설치할 것으로 알려졌다. SK텔레콤은 그동안 화웨이에서 네트워크 서버 일부를 사왔지만 기지국 장비는 삼성전자 노키아 에릭슨 제품을 써왔다. 국내 이통사 중에선 LG유플러스가 2013년 논란 끝에 화웨이 기지국을 도입해 사용 중이다.

논란의 첫 번째는 보안 문제다. 화웨이는 세계 통신장비 1위 업체지만 중국 기업이다. 미국 의회가 2012년 “화웨이, ZTE 같은 중국 업체의 통신장비가 스파이 활동에 악용될 수 있으며 국가 안보를 위협한다”고 밝힌 뒤, 미국은 화웨이 장비를 쓰지 않고 있다. 인도 호주 대만 등도 마찬가지다. LG유플러스도 국내 미군기지 근처에는 화웨이 기지국을 설치하지 않는다.

국내 중소기업 생태계가 타격을 입을 것이란 게 두 번째 논란거리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계약을 맺으면 통신산업 전반에 중국 제품이 급속히 확산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화웨이는 LG유플러스 기지국을 설치할 때 중국산 부품을 들여와 조립했다. 이 때문에 네트워크 장비 부품을 생산하는 국내 중소기업의 타격은 불가피하다.

삼성전자는 기지국 장비 분야에서만 국내 70여개 업체로부터 연간 5000억원 규모의 부품을 구매한다.

가장 큰 논란은 사드 관련이다. 중국은 사드 배치 결정을 빌미로 최근 롯데 계열사를 세무조사하는 등 한국 기업을 내몰고 있다. 삼성SDI LG화학 등은 배터리 모범규준 인증을 받지 못해 작년 10월 세운 중국 공장을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분유 식품 화장품 업계도 통관 지연 등으로 어렵다. 이런 상황에서 국내 대표 이동통신사업자인 SK텔레콤이 가격 논리만을 내세워 화웨이를 택한 것은 문제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화웨이가 SK텔레콤에 정상가의 절반 수준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SK텔레콤 관계자는 “화웨이로부터 장비 공급 제안을 받고 검토 중일 뿐 최종 계약 여부는 결정되지 않았다”며 “내년 상반기에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현석/이정호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