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 칼럼] 손 마사요시(孫正義)
손 마사요시(손정의·孫正義) 일본 소프트뱅크 사장이 자랑삼아 자주 하는 말이 있다. “내가 유일하게 발명한 것이 있다면 300년 이상 갈 수 있는 기업의 DNA를 만들어 낸 것”이다. 300년을 위해 30년 계획도 부지런히 세우고 있다고도 한다. 물론 빠른 승부수와 과감한 투자 결정, 그리고 발상의 전환 등이 그의 경영 노하우다. 인터넷과 정보기술(IT) 분야에서 통 큰 인수합병(M&A)으로 승부를 건다는 것 역시 주특기다.

손 사장이 사업에 처음 손을 댄 것은 미국 버클리대 유학시절인 1979년 22세 때였다. 그는 일본어를 입력하면 영어로 번역하는 장치를 개발해 10억원을 받고 샤프에 팔았다. 24세 때 일본에 돌아와 컴퓨터 판매 기업 소프트뱅크를 세웠다. 1990년대부터 컴퓨터와 휴대전화를 팔면서 돈을 벌었다.

하지만 손 사장의 특기는 M&A에서 분출됐다. 1996년 야후와 합작으로 야후재팬을 세운 것이 첫 M&A였다. 언론재벌 머독과 합작해 J스카이B나 재팬텔레콤 등 IT 통신업체에 손을 댔다. 한때는 태양광에도 관심을 뒀다. 2004년 중국 전자상거래 업체 알리바바에 6000만달러(약 720억원)를 투자한 것은 대박이었다. 이 업체는 지난해 상장했고 손 사장의 투자 가치는 투자금액의 수백배에 달한다고 알려져 있다.

무엇보다 올해는 손 사장의 명운을 가르는 해로 기록될 것 같다. 그는 지난 7월 영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업체 암홀딩스를 234억파운드(약 32조원)에 사들였다. 브렉시트 결정이 난 바로 뒤였다. 메이 영국 총리를 만나 암의 일자리를 두 배로 늘리겠다고도 했다. 손 사장은 며칠 전 트럼프 미 대통령 당선자와도 만나 미국에 500억달러(약 58조5000억원)를 투자하고 일자리 5만개를 만들겠다고 약속했다. 손 사장과 트럼프의 만남은 통신 대기업 스프린트 인수를 추진하기 위한 빅딜로 보는 시각이 많다. 손 사장은 2013년 스프린트를 220억달러에 인수했지만 버락 오바마 행정부가 반독점 규제를 이유로 인수를 허가하지 않으면서 수포로 돌아간 바 있다. 지난 10월 손 사장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인 공공투자기금(PIF)과 손잡고 세계 기술투자를 위해 1000억달러(약 113조4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조성하기도 했다.

손 사장은 메이 총리와 트럼프 당선자에게 일자리를 선물하면서 과감하게 기업인수 전략을 내놓고 있다. 일부 언론은 그를 정상배(政商輩)로 보기도 한다. 그는 지난 9월 한국을 방문해 4500억엔을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약속은 지켜질 것인지.

오춘호 논설위원 ohchoo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