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마을] 재개봉 영화·저가 티켓…피부로 와닿는 경영학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지난해 국내에서 재개봉해 흥미로운 기록을 세웠다. 2005년 개봉 당시 관객 수(16만명)를 뛰어넘는 17만명을 끌어모은 것. 추억으로만 회자되던 영화였지만 인터넷을 통해 영화의 가치가 재발견되면서 의외의 흥행을 기록했다. 이 현상은 ‘파레토의 법칙’에서 매출의 80%를 차지하는 20%의 중요한 소수보다 80%의 사소한 다수가 때로는 더 많은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는 ‘롱테일 법칙’으로 설명할 수 있다. 신작 영화를 섭렵하는 20%의 영화 애호가들이 극장으로선 중요한 소비자이겠지만 가끔 추억의 영화나 보러 가는 80%의 사람도 공략할 만한 가치가 있다는 의미에서다.

오정석 서울대 경영대 교수가 쓴 《지금 당신에게 필요한 경영의 모든 것》은 경영학의 10가지 핵심 주제를 쉽고 재밌게 설명한다. 주제별로 다시 10개 안팎의 하위 키워드를 넣어 모두 100개의 키워드를 제시했다. 저자는 키워드별로 적절한 사례를 곁들여 부담스럽지 않은 길이로 풀어냈다. 고급 레스토랑의 가격 구성 원칙, 백화점이 우수 고객(VIP)을 선정하는 기준, 환불되지 않는 저가 항공권 등 일상 생활에서 자주 마주칠 수 있는 사례를 주로 든다. 난해한 수식과 그래프는 배제했다. 단지 개론적인 설명에 그치지 않고 최근 트렌드나 기술 변화 등 새로운 내용과 접목한 것도 주목할 만하다.

도요타의 위기 탈출 전략으로 화제가 된 ‘신(新)게이레츠’를 설명하는 대목이 흥미롭다. 게이레츠는 한자어로 ‘계열’이라는 뜻으로 2013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가 처음 소개한 개념이다. 도요타는 회사에 부품을 공급하는 협력 업체가 가격 경쟁력에서 뒤처진다고 해서 바로 거래를 끊지 않고 기술자를 파견해 지원했다. 특정 부품의 가격 경쟁에서 밀린 업체는 다른 부품을 만들도록 유도했다. 신차를 만들 때 개발 단계에서부터 부품 공급 업체들과 함께 회의를 열었다. 그 결과 도요타는 대규모 리콜 사태를 맞으며 위기에 처했던 과거를 극복하고 2012년부터 판매량이 늘어났다. 저자는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면서 파트너와 동반 성장해야 한다는 교훈을 준다”고 말했다.

경영학 입문자를 위한 개론서로 적당하다. 저자는 “시간과 비용을 경영 공부에 투자할 여력이 없는 대다수는 변화의 물결을 말하는 많은 경영전문 서적을 읽지만 경영의 각 분야에 대한 기초지식을 갖추지 않으면 제대로 활용할 수 없다”며 책을 쓴 취지를 설명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