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9일 이사회…권오준, 연임 도전 밝힐 듯
권오준 포스코 회장이 9일 열리는 이사회에서 연임 의사를 밝힐 전망이다. 4년 만에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조원을 돌파하는 등 실적이 개선돼 연임 가능성이 높아져서다. 일각에선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관련된 각종 의혹이 제기돼 연임이 순탄치 않을 것이란 시각도 없지 않다. 권 회장의 연임 여부는 포스코 사외이사의 평가를 거쳐 내년 1~2월 확정될 예정이다.

◆이사회 3분의 2 찬성해야 자격 심사

2014년 3월 취임한 권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권 회장은 규정상 내년 3월 중순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 3개월 전인 오는 14일까지 이사회 의장(이명우 동원산업 사장)에게 연임 의사 여부를 알려야 한다. 마침 9일 정기이사회가 예정돼 있다. 이 이사회는 포스코 실적과 2017년 경영계획 등을 논의하는 자리다. 이날 이사회 의장과 사외이사들이 한자리에 모이는 만큼 권 회장은 연임에 대한 의지도 나타낼 것으로 보인다.

그가 연임 의사를 밝히면 이사회는 최고경영자(CEO)후보추천위원회에 권 회장의 자격 심사를 의뢰할지를 결정한다. 사내외 이사 모두가 참여하는 투표에서 3분의 2 이상 동의를 받아야 후보추천위원회 심사를 받을 수 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사외이사 6명으로만 구성된다.

역대 포스코 회장 7명 중 황경로·정명식 전 회장을 제외한 박태준·김만제·유상부·이구택·정준양 전 회장 등 5명은 모두 연임에 성공했다. 권 회장 연임에 대해 사외이사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들은 △올 3분기 영업이익 1조원대 달성 △자체 구조조정으로 부채비율(70.4%) 창사 이래 최저 수준 달성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철강 본연의 경쟁력 회복 등을 근거로 연임 자격이 있다고 평가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일각에선 올 3분기 영업이익이 1조343억원을 기록한 것은 중국발(發) 철강산업 구조조정에 따른 ‘반사이익’ 때문이란 분석도 나온다. 임기 동안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기보다 정준양 전 회장이 확대한 사업을 정리하기 바빴다는 지적도 있다. 포스코그룹 고위 관계자는 “철강 본연의 경쟁력을 확보하는 데 그치지 말고 장기적인 성장동력을 찾아야 한다”며 “앞으로 철강만으로는 생존하기 어려운 시대가 도래할 것”이라고 말했다.

만약 권 회장이 연임 포기를 선언할 경우 포스코는 즉시 차기 회장 인선 절차에 착수한다. 일단 사외이사 3명과 권 회장이 CEO승계카운슬을 설치, 사내외에서 회장 후보를 물색해 복수로 CEO후보추천위원회에 올려야 한다. 사외이사로만 구성된 CEO후보추천위원회에서 심사를 거쳐 한 명의 후보를 이사회에 추천한다.

◆임기마다 시끄러워지는 포스코

뚜렷한 지배주주가 없는 포스코는 KT와 함께 정부가 한 주의 지분도 갖고 있지 않지만, 회장 선임 과정에 정권의 입김이 작용해 왔다는 게 정설이다. 정권이 바뀌면 임기가 남았더라도 포스코 회장은 교체되는 경우가 많았다. 지난 7일 열린 최순실 국정농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권 회장 선임에 청와대가 개입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포스코 회장 인선 과정에서 조원동 당시 청와대 경제수석 등에게 ‘권오준 카드’ 검토를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증인으로 출석한 김 전 실장과 조 전 수석은 부인했다.

권 회장이 연임에 성공하더라도 내년에 정권이 바뀌면 교체 압력이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세계적인 철강회사가 정권 교체시기마다 외풍에 시달린다는 건 창피한 일”이라며 “이런 환경에선 누가 회장이 되더라도 포스코의 경쟁력을 키우기 어렵다”고 말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