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선의 '패션 야망'…SK패션 3261억 인수
현대백화점그룹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을 3261억원에 인수했다. 2012년 한섬을 4200억원에 인수한 데 이어 타미힐피거, CK, 클럽모나코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SK네트웍스 패션부문까지 품에 안으면서 패션부문에서 1조2000억원대 매출을 내는 국내 4위 패션 기업이 됐다. 현대백화점은 백화점과 홈쇼핑 등의 자체 유통망을 통해 패션사업을 더 강화한다는 계획이다.

◆“한섬과 시너지 낼 것”

스티브J&요니P
스티브J&요니P
현대백화점은 계열사 한섬을 통해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 대한 영업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8일 공시했다. 이번 계약은 ‘패션왕국’을 꿈꾸는 정지선 현대백화점 회장(사진)의 강한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 회장은 인수 과정에서 임직원들에게 “패션사업을 제대로 하기 위해선 인적자원 확보가 중요하다”며 “한섬과 SK네트웍스가 가진 인적자원, 사업 노하우 등이 다르기 때문에 따로 운영하면서 향후 시너지를 낼 방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에서 일한 직원들을 100% 데려오기로 한 것도 인적자원이 중요하다는 정 회장의 방침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금까지 패션사업에 약 1조원을 투자했다. 한섬을 인수하는 데 4200억원, SK네트웍스 패션부문 인수에 3261억원을 썼다. 또 한섬의 창고를 짓는 등 인프라 확장에도 2500억원가량을 투자했다. 한 패션업계 전문가는 “어느 회사가 1조원의 거액을 투자해 패션사업을 시작할 수 있겠느냐”며 “그만큼 미래 성장동력으로 패션사업을 키우겠다는 정 회장의 의지가 강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당초 인수금액은 3400억원 정도로 논의됐으나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부채를 떠안는 조건으로 3261억원에 계약이 성사됐다는 후문이다.
정지선의 '패션 야망'…SK패션 3261억 인수
◆패션업계 4위로 부상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이 갖고 있던 12개 브랜드는 한섬의 자회사 2곳으로 나뉘어 운영된다. 신설법인 한섬글로벌과 현대지앤에프(G&F)가 각각 자체 브랜드와 수입 브랜드를 운영키로 했다.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인 스티브J&요니P와 하위 브랜드 SJYP, 잡화 브랜드 루즈앤라운지는 자체 브랜드지만 현대지앤에프가 관리한다. 대신 수입 브랜드 클럽모나코를 한섬글로벌이 맡기로 했다. 클럽모나코의 국내 사업을 강화하기 위해서다.

한섬글로벌 대표는 김형종 한섬 사장이 겸직한다. 현대지앤에프 대표는 조준행 전 SK네트웍스 전무가 맡는다. 조 대표는 SK네트웍스의 핵심 수입 브랜드인 타미힐피거가 한국에 직접 진출을 고려한다는 말이 돌면서 협상에 제동이 걸렸을 때 이를 해결하는 데 결정적 역할을 한 것으로 알려졌다.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의 지난해 매출은 5657억원. 한섬의 매출(6168억원)과 합치면 약 1조2000억원 규모다. 올해는 약 1조3500억원의 매출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이랜드, 삼성물산 패션부문, LF에 이어 국내 패션 기업 중 4위다.

현대백화점 관계자는 “한섬이 보유한 타임, 시스템 등 고급 여성복의 경쟁력과 SK네트웍스 패션부문이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한다”며 “여성복, 캐주얼, 잡화, 수입 브랜드 등을 고루 갖췄기 때문에 현대백화점 유통망을 통해 사업을 확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민지혜 기자 spo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