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지 2017 경제대전망] 트럼프발 불확실성 시대…낯선 세계 질서의 서막 올랐다
“이제 미국은 국가 내부적인 문제에만 몰두하게 됐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는 “긍정적인 상황만을 예측한다고 해도 도널드 트럼프(사진)의 미국 대통령 당선이 개방적 세계 질서에 큰 타격을 입힌 것은 사실”이라며 이같이 지적했다. 트럼프 당선자가 취임하는 2017년은 “낯설고 어두운 세계 질서의 서막”이라고 표현했다.

트럼프 당선자는 줄곧 자유무역에 반대했고, 멕시코 국경에 장벽 설치, 무슬림 이민 제한 등 폐쇄적인 정책을 주장했다. 동맹국과 신의를 지키는 대외정책도 비판해 왔다. 이에 따라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은 ‘죽은 협정’이 됐고, 유엔기후변화회의 파리협정이나 이란 핵협상도 기대했던 만큼의 효과를 내기 어렵게 됐다. 이코노미스트는 트럼프가 그동안 내뱉은 공약을 그대로 실천한다면 세계 자유주의적 질서에 대한 전망은 밝지 않다고 내다봤다.

트럼프가 자신이 내놓은 반(反)자유주의적 의제를 모두 달성할 가능성은 높지 않다. 트럼프를 지지한 유권자들은 반(反)이민, 반(反)자유주의 등 그가 내세운 공약의 큰 틀에만 관심이 있을 뿐 세부적인 부분에는 크게 신경 쓰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정책의 상당 부분을 그의 재량에 맡길 것으로 예상되며, 공약 중 일부는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 사회기반시설 확충과 국방 지출 증대, 대규모 감세 정책 등에 집중한다면 단기적으로 경기를 부양할 수 있다. 보호주의도 명목상의 반(反)덤핑 관세를 부과하는 수준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내년 세계적으로 권위주의 성향 정치인과 포퓰리스트들이 약진할 것으로 예측했다. 트럼프가 국내 상황에만 관심을 쏟으면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권력을 강화할 것이다. 시 주석은 내년 열릴 중국 공산당 전국대표대회에서 1인 지배체제를 확립할 것으로 전망된다. 푸틴 대통령은 자국 내 입지를 공고히 하기 위해 공격적인 대외정책을 펼칠 것으로 관측된다. 네덜란드와 프랑스, 독일 등 유럽에서는 포퓰리즘 정당이 무섭게 지지를 얻어가고 있다. 이런 변화는 유권자들의 기존 정치 체계에 대한 불만이 터져나온 결과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오랜 기간 이어진 포퓰리즘 정책에 환멸을 느낀 라틴아메리카 일부 국가는 자유주의 개방경제로 노선을 바꿨다. 기술 발전으로 갈수록 높아지는 반이민 정서와 폐쇄주의가 어느 정도 상쇄될 것으로 보인다. 인터넷은 세계를 하나로 연결했고, 기술 활용에 능한 젊은이들은 포퓰리즘을 거부하는 방향으로 표를 던졌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