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에는 글로벌 시장을 달궜던 대형 인수합병(M&A) 움직임이 잦아들 전망이다. 세계 각국에서 독점 규제 강화와 포퓰리즘, 반(反)세계화 바람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지난 150여년간 서구에서는 일곱 차례의 M&A 물결이 있었다”며 “2012년 시작된 일곱 번째 M&A 물결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분석했다. 2012년부터 지금까지 공식 발표된 M&A 규모를 합치면 18조달러(약 2경876조원)에 달한다. 2008년 글로벌 경제를 덮친 금융위기 이후 기업들이 지출을 줄이면서도 시장 점유율을 높이고, 세금을 절감하기 위한 쉬운 방법으로 M&A를 택했기 때문이다.

다우케미칼, 듀폰 등은 합병을 통해 비용 절감에 성공했다. 세계 1위 맥주기업인 AB인베브는 1200억달러에 경쟁사인 사브밀러를 인수해 단번에 세계 맥주시장의 3분의 1을 접수했다. 화이자 등 미국 바이오 기업들은 세금을 줄이기 위해 유럽 경쟁사를 사들인 뒤 법적 주소를 세율이 낮은 유럽 국가로 옮기려 하고 있다.

M&A 열기는 내년부터는 조금씩 사그라질 것으로 보인다. 각국은 독점규제법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다시 손질하고 있다. 경쟁이 줄어들면서 경제 성장이 위축되고 있다는 분석이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몇몇 대형 거래는 반독점당국의 제동으로 무산됐다. 포퓰리즘 부상도 M&A 거래를 감소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유럽연합(EU) 등에서는 중국 등 특정 국가의 기업 인수를 막겠다고 공언했다. 세계화 후퇴로 해외 투자 수익 회수율이 낮아졌다는 점도 M&A 후퇴에 영향을 줄 것으로 전망됐다. 이코노미스트는 이후 시작되는 여덟 번째 M&A 물결은 2020년 초반 절정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홍윤정 기자 yjhong@hankyung.com